[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연구기관장과의 첫 만남에서 금융권이 나아가야 할 장기적 방향에 대해 제언을 당부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23일 오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7개 국내 연구기관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금융의 당면과제인 '자본시장 발전과 생산적 금융',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금융의 역할' 등을 논의하는 한편, 금융권이 나아갈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 연구기관의 적극적 제언을 당부했다.
|
 |
|
▲ (왼쪽부터) 정신동 KB경영연구소 소장,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 이항용 금융연구원 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황선오 기획전략 부원장보./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이 원장은 "지금의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에 직면하고 있어, '진짜 성장'을 위한 구조적 개혁을 위해 금융도 적극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권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을 선별해 자금을 공급하면서 경제 혈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혁신을 위한 신성장 산업의 육성을 위해 기업의 '창업', '성장', '사업재편'에 이르는 성장단계에 따라 맞춤형 자금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감원도 은행·금투·보험 등의 고유한 투자위험 선호도와 감수 능력에 맞춰 부동산에 쏠린 자금이 혁신성장 부문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권과 소통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권이 안정성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 단계별 위험을 관리하고 필요 자금을 적기에 공급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갔다. 이 원장은 "금융권은 고령화로 변화하는 금융 수요를 소비·투자·복지와 연결하면서, 성장과 후생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절실하다"며 "금융권은 부동산에 묶여있는 자금을 다양한 주택연금·신탁상품으로 유동화해 소비나 투자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건강관리와 주거를 결합한 노인복지주택 등의 사업을 리츠와 연계 시행한다면 자본시장 발전과 복지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모두발언 이후 연구기관장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항용 금융연구원장은 "인구구조 변화 뿐 아니라 기후변화, 지방소멸 등과 관련하여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인구감소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중심 금융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건전성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과 주식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법제 선진화 등 자본시장 혁신이 중요하다"며 "모험자본 생태계 확대와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강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보험회사를 포함한 장기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투자시장 조성, 장기투자를 제약하는 규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AI 등 혁신 기술 및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형 벤처캐피탈 (CVC) 활성화, RWA 가중치 조정 등이 필요하다"며 "각종 연금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확대,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에 따른 실버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금융,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은 "세제 혜택 등으로 은퇴금융을 강화해 노후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신탁제도를 활용해 고령층 부의 활용과 세대간 이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금융의 영역을 연관 분야로 확대해 고령층의 건강관리와 요양 등 돌봄 수요 공백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정훈 우리금융연구소 대표이사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축적된 금융자원이 우리 경제의 미래 발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미래 전략산업, 벤처혁신 부문에 대한 모험자본 투자와 기업대출이 실질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신동 KB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민은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기업은 니즈에 따라 은행 대출과 자본시장에서의 조달을 선택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금융회사를 지원하고, 금융회사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다양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