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첫 연설에 나서 올해가 유엔 창설 80주년이자 한반도 분단 80주년인 점을 강조한 뒤 “대한민국엔 새로운 도전과 함께 미완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고 천명했다.
이어 “그 첫걸음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한반도 평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서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면서 “대한민국은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류와 협력이야 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란 사실은 굴곡진 남북관계의 역사가 증명해온 불변의 교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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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9.2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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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세계 정상들 가운데 7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으며, 20여분 가량 연설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감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착용하고 태극기 배지를 달고 연단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한다”며 “내란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유엔 연설의 앞부분에서 지난해 12월 한국의 이전 정부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역사는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쉼없이 맞서 온 유엔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지원과 도움에 힘입어 성장한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주의 회복의 경험과 역사를 아낌없이 나누는 선도국가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각국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80년 전 국제사회의 결의와 염원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2억 8000만명의 인구가 극심한 기아 상태에 놓여 있고, 우크라이나, 중동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 현실이 된 ‘기후 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유엔을 창설한 선각자들의 지혜에, 대한민국 국민이 증명한 길에 답이 있다. 방법은 하나, ‘더 많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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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9.2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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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발언 중 큰 손짓이나 제스처는 없었지만,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의 해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강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반도 정책을 설명하며 북한을 향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할 때는 연단의 오른쪽에 위치한 북한 대표단 자리를 바라보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발언 이후 좌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북한은 이번 유엔총회에 차관급인 김선경 외무성 부장을 파견해 오는 29일 연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이 대통령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무력 분쟁과 전례 없는 규모의 인도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유엔이 표방하는 자유와 인권,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수호해나갈 의지를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 평화·안보 증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이행, 기후위기 대응 등 국제사회 공동의 도전과제에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제시한 ‘유엔80 이니셔티브’가 이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유엔의 진화와 발전을 이뤄낼 비전으로 자리갑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변화된 국제환경을 반영해서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해 그 효과성과 대표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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