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에서조차 '시기상조' 목소리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임금 5%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조는 "저출생 문제와 돌봄 공백 등 국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억대 연봉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는 은행 직원들이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고액 연봉자들의 배부른 투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임금 5%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7.1%, 찬성률 94.98%로 총파업을 확정했다. 은행권의 총파업은 2022년 9월 16일 이후 약 3년 만으로,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은행·기업은행·신보 등 정책금융기관까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 △연봉 5% 인상 △정년 연장 △신입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사측에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하고 여러 차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지만,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노사 자율에 의한 노동시간 단축'은 이제 현실이 돼야 한다"며 "오는 26일 10만 조합원의 결의와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반드시 현실로 만들겠다"고 했다.

노조의 요구사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4.5일제 도입이다. 노조는 "저출생·돌봄공백·지역소멸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금융산업 구조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노조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업시간을 30분씩 늦추고, 금요일에는 오전까지 근무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조차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고객 불편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신규 채용 및 고용 안정성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임금 삭감 없는 단축 근무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들이 근무 일수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대다수 국민과 서민들 입장에서 노조 요구는 "총파업 근거에 설득력이 없는, 귀족 노조들의 배부른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연봉 1억 이상 고임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어 해소가 어렵다"며 "강한 노조로 평가받는 금융노조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출생 관련 문제를 다른 사업장에서 먼저 해결이 가능하겠냐"고 말한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보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여당조차 금융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안타깝다"며 "금융산업 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결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