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승계로 인력 교육·훈련비 절감…시간과 비용 모두 아껴
즉각 가동 가능해 수익 창출 가능…"미국 CMO 사업 확장 긍정적"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셀트리온이 미국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생산 역량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전망이다. 가동 준비가 끝난 공장을 1조4000억 원에 확보해 신규 증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기 적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곧바로 매출 창출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일라이 릴리의 공장 인수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24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일라이 릴리로부터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단기간에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인수한 공장은 수년째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해온 현장으로 이미 가동이 가능한 상태다.

◆관세 리스크 '해소'…비용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딜

토지 매입부터 기반 시설, 생산 라인 구축까지 진행해야 하는 신공장 건설과 달리 초기 과도한 비용 집행과 시범 가동 과정에서의 손실 문제를 겪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자산 인수가 아니라 셀트리온이 곧바로 CMO(위탁생산) 계약을 통해 매출을 실현할 수 있는 '즉시 수익 창출형' 자산을 확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셀트리온은 일라이 릴리와 공장 활용에 대한 CMO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보장받았다. CMO 사업은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대형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은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견조하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인수 직후부터 일라이 릴리의 생산 물량을 직접 담당하며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이후에도 외부 제약사 추가 수주로 매출원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EY 분석에 따르면 수입 의약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시 미국 시장 유통 비용이 연간 510억 달러(약 71조 원)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현지 생산을 통해 이같은 관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게 된다. 만약 앞으로 미국이 의약품 관세를 100~200%까지 올릴 경우 수출 중심 구조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는 단기·중기·장기 모두에서 '현지화 대비책'의 정점으로 꼽히고 있다.

고정비 부담과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셀트리온은 기존 공장 인력을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신규 고용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숙련된 운영 인력이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수율 관리나 품질 관리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과 훈련 비용은 15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감축했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이는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저하 요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이번 공장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생산·공급망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에 대규모 바이오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 확대 과정에서 생산 거점을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혀왔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으로 수입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공급 안정성과 관세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생산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점은 단순한 용량 확충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정책 변수와 물류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현지 생산이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적자 없는 글로벌 확장…대외적 불안정 해소 '모법 답안'

   
▲ 인천 송도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주식시장의 즉각적인 반응도 이번 인수 효과를 방증한다. 인수 발표 직후 셀트리온 주가는 장중 8% 가까이 상승하며 거래량이 급증했다. 투자자들은 적자 없는 확장 구조와 미국 시장 내 입지 강화라는 전략적 가치를 빠르게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관세 리스크가 부상해 증시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의 재무적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는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향후 셀트리온은 미국 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자사의 자체 파이프라인 상업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히 일라이 릴리의 CMO 물량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 항체 치료제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현지 생산 거점으로 적극 활용한다면 거래의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한국 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전략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주로 기술 수출이나 R&D(연구개발) 협력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해외 현지 자산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 대금 규모만 놓고 보면 1조400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됐지만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시간·비용 절감 효과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고려하면 전략적 합리성이 충분한 투자인 셈이다. 무엇보다 바이오의약품 산업 특성상 장기간 적자 누적을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적자 없는 글로벌 확장'이라는 이례적인 모델로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3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미국의 관세 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는 미국 생산이 답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른 CMO 회사가 내는 영업이익만큼은 나올 것이고 CMO 가격 등에 대한 사전 협의는 이번 본계약 전에 마쳤다"고 말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북미지역 판매 확장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미국 의약품 관세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인수한 공장이 목표 매출원가율 손상 없이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과 추가 증설로 미국 내 CMO 사업 확장까지 가능해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