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최근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국어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서비스를 단순 영어로만 제공하지 않고, 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등으로 확장해 외국인의 언어 소통 불편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의사소통과 영업점 직접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하나 EZ(Hana EZ)'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실시간 다국어 채팅상담 서비스 'Hana EZ 다국어채팅상담 서비스'를 본격 개시했다. 그동안 외국인 고객은 금융상품 이해 부족이나 언어 장벽으로 지점에 방문하더라도 서류 미비 등으로 재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국어 서비스로 가입 전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필수 서류 안내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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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최근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국어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서비스를 단순 영어로만 제공하지 않고, 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등으로 확장해 외국인의 언어 소통 불편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사진=부산은행 제공 |
이번 서비스는 초기 9개국 언어로 시작해 최종 16개국 언어까지 지원될 예정이다. 상담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예·적금·펀드 △모바일·인터넷뱅킹 △외환 △대출 △퇴직연금 등 주요 업무 전반을 다룬다. 특히 새 서비스는 챗봇 기반 단순 응답 방식이 아닌, 실제 상담원이 다국어 번역 솔루션으로 상담을 진행해 자동응답 서비스의 한계도 극복했다.
신한은행은 이민외국인이 밀집한 국내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다국어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라운지를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전남 영암군 소재 전남 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에 외국인 전용 '디지털라운지 대불산업단지'를 개시했다. 해당 라운지에는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가 배치돼 있으며, '신한 글로벌플러스' 서비스로 외국인 고객의 은행업무처리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방문객은 디지털데스크를 통해 화상상담 직원과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영어 등 10개 언어로 △계좌 신규 △체크카드 발급 △영문 예금잔액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이 밀집한 지역에 금융상담 특화점포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경남 김해, 서울 독산동에 이어 지난달에는 안산에 '외국인중심영업점'을 개점한 바 있다. 외국인중심영업점은 대면상담이 가능한 영업점과, 화상상담 기반의 디지털라운지를 결합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고객 대상 다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평일 외 토·일요일에도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접근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자사 모바일앱 'KB스타뱅킹'에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총 11개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캄보디아어, 베트남어, 태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미얀마어, 인도네시아어, 네팔어)에 달한다. 다국어 서비스 이용객은 △계좌 및 거래내역 조회 △환율 조회 △거래외국환은행 지정 신청 △해외송금 메뉴 △KB국민인증서 로그인 등 5개 기능을 총 11개 언어로 이용할 수 있다.
지방은행에서도 외국인 고객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최근 부산지역 대학 내 영업소와 외국인 주민 밀집 지역 등 총 13개 영업점에 'BNK부산은행 외국인 서포터즈'를 배치했다. 서포터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주민과 유학생으로 구성되며, 영업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의 금융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점에 따라 영어 외에도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몽골어 △우즈베크어 △힌디어 △미얀마어 등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부산은행은 대학교 유학생이 자주 찾는 영업점에 7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디지털데스크를 '외국인 유학생 상담 창구'로 운영하고 있다.
JB전북은행은 경기도 수원에 외국인 고객 전담 '브라보 코리아(BRAVO KOREA) 고객센터'를 매일 오후 10시까지 운영 중인데, 17개국 출신 전담직원을 약 40여명 배치해 외국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광주은행도 올해 2월 광주 광산구 흑석동에 '외국인금융센터'를 개점했는데, 4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몽골) 외국인 직원을 창구에 배치해 지역 외국인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외국인 모객에 활발한 건 국내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이른바 '대한외국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경제력과 구매력도 상당한 까닭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외국 금융회사가 외국인 고객님을 모시는 법'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과 외국인 취업자 수는 각각 265만명, 1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외국인 임금근로자 95만 6000명 중 월평균 임금 300만원 이상인 자는 약 37.1%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외국인이 국내에서 겪는 가장 큰 고충으로는 '언어'가 꼽힌다. 지난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외국인 10명 중 3명꼴로 언어 문제를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이에 금융당국도 외국인의 언어 장벽으로 인한 금융 거래 불편 해소, 금융서비스 이용 편의 제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제8차 공정 금융 추진위원회'에서 연내 △중요 서류 외국어 번역본 제공 △모바일 앱 외국어 지원 확대 △외국인 특화 점포 안내 강화 등의 조치로 외국인의 은행 거래 편의성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남경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한외국인의 부상과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상품·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기관은 △다국어 지원이 가능한 디지털 채널과 영업점 안내 시스템 구축 △다국어 계약서 및 약관 제공 △이름 입력 방식·주소 표기·날짜 형식 등 국제 표준을 반영한 UX·UI 설계로 문화적 장벽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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