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불안정한 정세로 무기 도입 움직임 확대 전망
한화에어로, 김동관 부회장 직접 세일즈 나서며 공략
현대로템, 사막에서도 운용 가능한 중동형 K2 전차로 수주 나서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계가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중동 지역 내 불안정한 지정학적 정세가 장기화되면서 방산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현대로템의 K2 전차 등이 수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지 법인 및 사무소 설립 등을 통해서도 중장기적인 시장 기반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방산 시장 규모는 연간 40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으로 인해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중동 국가들은 안보 강화를 위한 무기체계 도입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방산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의 불안정한 정세는 시장 방산 수요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은 중동에서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K9 자주포·레드백·K2 전차로 수주 가능성 ↑

국내 방산기업들도 중동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공략하고 있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를 앞세워 수주에 나서고 있다. K9 자주포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무기체계이며, 레드백 장갑차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보병전투장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직접 중동을 찾아 방산 세일즈를 펼쳤다. 김 부회장은 지난 21일 압둘라 빈 반다르 사우디 국가방위부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기체계에 대해서도 알리고, 수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도 중동형 K2 전차를 통해 중동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중동형 K2 전차는 사막색 위장을 적용하고, 사막 등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모델이다. 적의 대전차 미사일 등을 탐지·추적, 대응탄을 발사해 파괴하는 능동파괴장치(APS)도 탑재하면서 현지 운용에 요구되는 맞춤 사양을 갖추면서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LIG넥스원은 이미 중동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22년 UAE에 약 4조 원 규모의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4조 6000억 원, 이라크와 3조7000억 원의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중동은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공격이 반복되고 있어 대공방어체계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에 중동에서 ‘천궁-Ⅱ’ 추가 수주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의 무기체계가 노후화됐다는 점도 국내 방산업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중동 국가들의 약 70%에 달하는 무기체계가 노후화와 성능 한계에 직면하면서, 대규모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첨단 무기체계를 갖춘 한국 방산 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법인·사무소 통해 중장기적 사업 기반 마련

국내 방산업체들도 중동에서 현지 법인과 사무소를 통해 중장기적인 사업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총괄법인 RHQ를 설립했다. 현지 법인을 거점 삼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물론 그룹 내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한화오션과 함께 중동 국가들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동 내 방산 생태계 조성과 안보·경제 분야 파트너십 강화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LIG넥스원도 중동 지역에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무소를 확장 이전했다. 이번 사우디 사무소 확장 이전을 통해 중동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각국의 수요에 특화된 현지 맞춤형 설루션을 제안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중동을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인식하고, 방산 수주를 위한 외교적·정책적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K-방산의 우수성을 알리며 무기체계 수출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 K-방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방산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현지 맞춤형 홍보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며 “무기 교체 수요에 후속 지원 사업까지 더해진다면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향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