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증가세를 이어오던 카드론 잔액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6.27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대출로 묶이면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된 데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포함된 영향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책으로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2금융권까지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서민들의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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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8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44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말(42조4878억원) 대비 395억원 줄어든 수치다. 카드론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월(42조9888억원)에 비해서는 5405억원 줄었다.
지난해 7월 6207억원, 8월 6043억원, 10월 5332억원 등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하던 카드론 잔액은 지난 2월 5조원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3월 잠깐 주춤했던 카드론 잔액은 4월과 5월에 들어서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카드론은 담보나 보증 없이 비교적 간편한 절차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주로 생활자금이나 긴급자금 수요가 몰리는 불황형 대출로 분류된다. 평균금리는 10%대로 급전이 필요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다.
그러나 정부는 카드론의 1인당 최대 한도가 5000만원 수준으로 부동산 구매자금을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카드론도 신용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한도는 전 금융권을 합산해 차주의 연 소득 100%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연 소득의 최대 2배까지 한도가 허용됐으나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꺼낸 것이다.
카드론은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도 포함됐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모든 가계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일괄 적용하면서 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됐다.
카드업계는 당분간 카드론 잔액이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소상공인,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급전창구로 통하는 카드론마저 막히면서 이들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질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평균 대출 금액은 약 800만원 수준인데 카드론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카드사들은 그동안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카드론 등 대출을 통해 만회해왔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한도가 다 차버려 카드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취약차주의 경우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 보전을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저신용 차주들은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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