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굳건했던 BMW·메르세데스-벤츠 양강 체제 사이로 테슬라가 치고 올라오며 '3강 경쟁'이 현실화하고 있다. 렉서스·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판매를 끌어올리며 4~5위권 다툼에 가세, 수입차 시장 전반의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 승용차 누적 등록대수는 총 19만25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었다. 브랜드별로는 BMW가 5만1228대로 1위를 지켰고, 메르세데스-벤츠가 4만1379대로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3만4543대를 기록하며 누적 기준 3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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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Y 주니퍼./사진=테슬라 제공 |
◆ 테슬라, 신형 모델Y 인기 타고 '고공행진'
테슬라는 올해 들어 5·7·8월 세 차례에 걸쳐 수입차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KAIDA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5월 6570대, 7월 7357대, 8월 7974대를 판매하며 BMW·메르세데스-벤츠를 모두 앞섰다. 특히 8월에는 BMW(6458대)와 메르세데스-벤츠(4332대)를 여유 있게 제치며 수입차 시장 중심에 섰다.
판매 급증의 배경에는 지난 5월 국내 출시된 '모델Y' 신형 효과가 있다. OTA(무선 업데이트) 기능과 반자율주행 패키지 등 첨단 사양이 강화된 데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로 출시되면서 구매 수요가 빠르게 집중됐다. SUV 수요가 높아진 국내 시장 흐름과도 맞물리며 판매 확대에 탄력이 붙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 1000~2000대 수준에 머물던 테슬라의 판매는 4월 1447대를 기록한 뒤 5월 들어 6570대로 약 4.5배 급증했다. 이어 6월(6377대)·7월(7357대)·8월(7974대)까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단기 이벤트를 넘어선 성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월에는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29%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 주도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약진을 단순한 돌풍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면서 테슬라 같은 EV 전문 브랜드도 주류 경쟁에 가세하는 단계"라며 "소프트웨어 경쟁력뿐만 아니라 가격 전략까지 고려한 판매 공세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BMW·벤츠, 양강 체제 위태…렉서스·볼보까지 혼전 양상
기존 '2강'이었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BMW는 상반기 내내 월 판매 1위를 유지했지만, 5월(6405대)·7월(6490대)·8월(6458대)에는 테슬라에 밀리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6월(6037대) 이후 월간 판매량이 4000대 초반대로 떨어지며 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3월(6762대)에는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7월(4472대)과 8월(4332대)에는 모두 3위로 밀려나며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시행 예정인 '직판제'를 둘러싼 유통 구조 변화와 딜러사 노조의 파업 등 변수가 겹치며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BMW는 특정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세단, SUV, 플래그십 전 부문에서 고른 판매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3강 구도 속에서 렉서스와 볼보도 꾸준히 4~5위권을 오가며 경쟁 구도를 다극화하고 있다. 렉서스는 1월 3위를 시작으로 2월(4위), 4월(4위), 7월(4위) 등 대부분의 달에서 4~5위권을 지켜내며 하이브리드 강자로서 존재감을 키웠다. 볼보 역시 1월(4위), 3월(4위), 6월(5위), 8월(4위) 등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독일 프리미엄 2강 아래에서 점유율을 나눠 갖던 구조는 이제 전기차 브랜드, 하이브리드 강자, 프리미엄 브랜드가 함께 경쟁하는 다극 체제로 바뀌었다"며 "하반기에는 파워트레인과 소프트웨어 경쟁이 본격화하며 브랜드 판도 변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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