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여당 주도로 ‘설탕세’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물가 단속’을 강화하는 정부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간 정부와 여당은 설탕 값을 두고 제당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렸지만, 최근 가격인상이나 다름없는 설탕세 도입 분위기를 조성하며 변죽을 울리고 있다. 정부·여당의 갈지자 행보에 식품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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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된 설탕과 대체당 제품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설탕세)’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 건강 증진과 사회적 비용 등 설탕세 도입 필요성과 입법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설탕세는 당류가 과다하게 첨가된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나 주스 등 가당음료가 주요 대상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전 의원이 발의했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경우 제품에 함유된 설탕 100ℓ당 최대 2만8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담겼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코카콜라나 펩시콜라 250㎖ 제품 1캔 당 약 3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여당 주도로 설탕세가 논의되자 식품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법안 내용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식품 제조업체에 세금이 부과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가 인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식품 업체들에게 원가 인상 요인이 하나 더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음료 제조업체 관계자는 “설탕세가 도입될 경우 음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수익성이 악화되게 된다”면서 “제조원가를 고려하면 음료 한 캔에 30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결국 공급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업체들을 더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최근 정부와 여당이 물가 통제 고삐를 조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설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 TF에서 대한제당·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제당 3사와 간담회를 통해 기업간거래(B2B) 가격 인하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에서는 이들 기업이 설탕 가격을 담합해 올린 것으로 의심해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에선 설탕 가격을 내리라 윽박지르고, 다른 한편에선 설탕에 세금을 부과해 가격인상 효과를 내는 셈이다.
정부·여당의 모순적 행보에 식품 업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가 안정을 구실로 제품 가격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제품에 세금을 붙이자는 논의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최근 내수 부진 여파로 국내 식품기업들이 비용 인상 요인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식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설탕세가 도입될 경우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설탕세 도입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주장도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인구 비율은 36.5%로 OECD 국가(평균 56.2%) 중 두 번째로 낮았다. 국내 식품 시장에서 제로 슈거, 저당 트렌드가 확산되는 배경엔 당류 섭취를 조절하고 싶어하는 소비자 욕구 깔려 있는 만큼, 국민 건강 증진 면에서도 설탕세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설탕이 건강에 나쁘다고 하지만 음식 전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식재료이다.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면 장기적으로 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염려된다”면서 “저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설탕 ‘과다 사용’이라는 기준도 미묘한 만큼 설탕세가 국내 현실과는 동 떨어진 얘기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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