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여당·대통령실(당정대)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결국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당초 당정대는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연결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했는데, 결국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이어가기로 번복한 셈이다.
체계 개편 당사자 중 한 곳인 금융감독원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 동시에 직원들이 안도하는 등 활기를 되찾았다. 다만 당정대가 공공기관 지정을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데다, 금융소비자보호를 근거로 향후 다시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음을 시사해 내부 위기의식은 여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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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집회에서 금감원 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18/사진=연합뉴스 제공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고위당정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정대는 당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개편하는 방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은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킬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데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체계 개편에 따른 금융 정책 및 감독 공백 사태에 부담을 느끼면서 당정대가 돌연 전면 철회를 선언했다. 해당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최소 180일간 상임위원회에 묶여 조직 개편이 내년 4월까지 밀려나게 되고, 그 기간 동안 금융·자본시장도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금융·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데,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이 처리될 때까지 수개월 동안 금융 분야 조직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의장도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나 디지털 가상자산 관련 등 금융 분야에서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업무를 맡아야 할 기관이 6개월 정도 불안정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정대의 이 같은 발표 이후 금감원 본원 직원들은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전날 당정의 브리핑만을 놓고 볼 때 공공기관 지정 철회와 향후 체계 개편 재추진 가능성 등이 불분명해서다. 실제 한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 개정 사안이 아닌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별개로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부 직원들은 당정대의 체계 개편 철회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에 더욱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태완 금감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직원 내부망에 "금소원 신설이 보류된 것은 각종 사회적 비용과 당면한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한 결과이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업무 혁신 의지를 표명한 직원들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금감원장에게 이러한 뜻을 전달함과 동시에 최근 진행 중인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TF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건의하며 필요할 경우 비대위도 적극 도우며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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