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1일부터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미국에서 공장을 착공했거나 건설 중인 기업은 예외로 둬 사실상 현지 투자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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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오는 10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의약품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거나 착공을 진행 중인 기업은 관세에서 제외된다”며 미국을 글로벌 제약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업계는 이번 발언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남은 기한 동안 미국 투자를 압박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의약품에 자동차보다 강한 관세를 부여할 것이라며 100%에서 250%까지의 관세율을 언급한 바 있다. 업계는 점차적으로 관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 압박을 키울 것으로 예상해왔다.
◆셀트리온·롯데바이오로직스 '안정권'…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팜 '상황 주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서는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일단 안도할 수 있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3일 미국 일라이 릴리의 생산시설 인수를 공식화했다. 셀트리온은 해당 공장을 기반으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생산라인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는데 이번 관세 회피 효과까지 덧붙으면서 대미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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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전경./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뉴욕주 시러큐스 캠퍼스를 중심으로 미국 내 위탁생산(CMO) 거점을 확보해 두고 있다. 롯데는 해당 부지를 글로벌 CMO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두 기업과 같이 선제적으로 미국 현지 공장 체계를 구축한 경우 관세 충격을 피하는 동시에 현지 시장 확대라는 추가 이점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 등은 아직 미국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관세율이 확정된 이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100% 관세 부과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신속하게 현지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검토적이며 세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아 관세 예외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금번과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미 현지 공장 FDA(식품의약국) 승인 등 미국 내 생산을 준비해 왔다"며 "기존 확보 재고와 함께 미국 내 생산을 착수 한 바 금번 발표 내용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지속 주시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공장이나 건설에 관련해서도 당사의 생산 물량 규모는 크지 않아 SK그룹의 기확보 인프라를 고려해 큰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기업들에 투자 압박 메세지…정책 방향성 명확해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워온 자국 중심 제조 부흥 전략(리쇼어링 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에 투자를 강제하듯 이번에는 의약품 생산까지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의약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미국 내 자급률을 끌어올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보 속도를 높이지 못할 경우 주요 파이프라인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은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판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아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해당 기업들이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는 한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10월 1일이라는 일자를 발표한 것은 앞서 밝힌 의약품 관세율과 같이 리쇼어링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며 "조속한 시일 내로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라는 것과 같은 메세지로 보이나 명확한 기준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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