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현대건설이 2조7500억 원 규모의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며 압구정 일대 수주전 주도권을 잡았다.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3·4구역 후속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지면서 강남권 핵심 입지에서 '현대 브랜드 타운' 조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27일 서울 신사동 광림교회에서 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안건을 상정했다. 이날 총회에는 조합원 1431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1286명이 찬성표를 던져 90%의 압도적 찬성률로 현대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확정됐다.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은 총사업비 약 2조7488억 원 규모의 초대형 재건축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9·11·12차) 1924가구를 최고 65층, 2571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3.3㎡당 1150만 원 수준이다. 한강변과 맞닿은 입지와 높은 사업성 덕분에 재건축 시장 '최대어'로 꼽혀왔다.

현대건설은 단독 입찰임에도 조합원 맞춤형 제안과 파격적 금융 조건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50년 전 신현대를 지은 회사가 재건축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은 슬로건 'OWN THE 100'(오운 더 100)을 내세우며 정통성 계승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제안으로는 △입주 후 최장 4년까지 분담금 납부 유예 △조합원 한강 조망 100% 확보 △프리미엄 특화 설계 등이 포함됐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 분담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제안은 조합원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2구역 수주로 압구정 일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향후 3·4구역 연계 수주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압구정지구는 1~6구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현대아파트'가 포함된 2·3·4구역은 브랜드 상징성이 높은 핵심 지역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정통성을 계승하겠다'는 전략 아래 일찌감치 수주 의지를 드러내 왔다. 

2구역 다음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4구역은 '한강벨트' 핵심 입지 중 하나로, 현대8차와 한양3·4·6차(1341가구)를 재건축해 9개 동, 1722가구, 최고 69층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정비구역 지정이 확정되면서 시공사 선정 절차 착수가 임박했다.

4구역은 토지지분 문제 등 복잡한 리스크가 적고, 입지 상징성이 높아 '리스크는 낮고 상징성은 큰' 사업지로 평가받는다.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 경쟁력과 금융 조건을 앞세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현대건설은 최근 압구정2구역과 함께 4033억 원 규모 전주 전라중교 일원 재개발 사업 수주에도 성공했다. 이번 수주로 올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8조6800억 원을 기록, 삼성물산을 제치고 정비사업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 헤리티지를 잇는 '100년 도시'로 압구정 지역을 새롭게 완성하며 더욱 차별화된 주거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3구역과 4구역 모두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