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말까지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가
정부, 성수기 효과로 100만 관광객 유입 목표
운임경쟁 붙을 시 항공사 수익악화 불가피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중국 무비자 입국이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긴장과 기대 속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 확대가 예상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중국 노선 증편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같은 노선에 다수의 LCC가 동시에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늘부터 중국인 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가한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내년 6월 말까지 최대 15일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이번 무비자 정책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과 맞물려 국내 관광 수요 확대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36만4460명에서 60만2147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정부는 이번 정책에 힘입어 올해까지 100만 명 이상의 누적 관광객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항공사들 역시 이러한 추세에 맞춰 적극적으로 중국 노선 증편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에어로케이는 지난 24일 중국 황산의 하늘길을 열며 신규 취항했고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에어부산도 중국 소도시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탑승객 증가가 전망되는 중국 노선에 진입하면서 수익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LCC들의 적극적인 중국 노선 증편이 장기적으로는 항공사 체질 개선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국내 LCC들이 일본 노선에 관심이 쏠리면서 가격 경쟁, 이른바 ‘치킨게임’ 여파로 수익성 악화라는 난관을 겪고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항공사는 최근 최대 95% 할인을 제공하면서  부산~일본 노선 운임이 8만9900원으로 책정되는 등 10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 등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에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좌석을 풀고 있다”며 “그러나 같은 노선에서 LCC들이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운임 단가가 쉽게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이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다. 실제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인기 노선의 경우 대형항공사 역시 운항할 뿐 아니라 LCC들의 중복노선이다. 무비자 시행 효과가 본격화돼 수요가 몰리면서 증편에 나설 경우 이들 노선에서도 운임 하락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물론 항공사 입장에서는 저가 경쟁이 반갑지 않다. LCC의 경우 싸고 많이 파는 ‘박리다매’ 방식의 운영을 주로 하지만 항공기 리스비, 정비비, 공항 사용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공격적인 운임 하락은 오히려 독이 된다. 

특히 성수기에는 승객 확보가 쉽지만 비수기에는 공급 과잉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적자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주요 LCC들의 실적을 보면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1~8월 상반기 국제선 이용객 수에서 LCC는 2152만5383명으로 대형항공사(FSC) 2095만4052명을 앞질렀렀으나, 다만 2분기 실적 기준 티웨이는 약 783억 원, 제주항공은 4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역시 적자로 전환됐다.

국제선 수요 회복과 무비자 정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은 여전히 영업적자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유가 부담과 환율 상승, 임차료 등 고정비가 실적 개선을 가로막았고 공급 확대 경쟁으로 운임 단가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제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무비자 정책이 ‘기회이자 리스크’라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인 여행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항공사들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비자라는 호재가 오히려 출혈 경쟁을 부추기면 시장 전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단순히 가격 인하에 의존하기보다는 중장거리 노선 확대, 부가서비스 강화, 유연한 노선 운영 전략 등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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