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26일 밤 대전 정보자원관리원 본원에서의 화재 여파로 정부의 공공 온라인 행정 서비스와 내부 시스템 등 647개 서비스가 마비된 가운데, 금융권의 대국민 서비스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계좌개설, 대출 심사, 본인 확인 등 금융 업무에 필수적인 신분 확인 서비스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금융그룹 차원에서 비상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이미 발급된 모바일신분증 등이 없는 경우 은행 비대면 계좌 개설 및 체크카드 발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주민등록증을 통한 본인확인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과 지난 26일 이전 발급된 모바일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으로만 진위확인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
 |
|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2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5.9.29./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에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는 고객 신원 확인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전날 2차 긴급 대응회의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신규 계좌개설 외에도 △금융거래시 필요한 행정정보 자동접수(공공마이데이터) 제한에 따른 별도 서류제출 △우체국 관련 자동이체 등의 애로사항이 접수되고 있다. 또 △배출권 거래 시장(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연계) △인터넷 지로 및 온라인 대금결제(디브레인 연계) 등도 시스템 복구까지 당분간 이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일부 대출 상품은 정부 서비스 셧다운 여파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나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고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심사단계에서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부 기관과 연동된 정부24 전자증명서, 국민 비서 서비스, 민생 회복쿠폰 주소변경 서비스 등도 중단됐다.
이번 화재로 전면 비대면으로 움직이는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사 공지사항을 종합하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모바일신분증 발급 △주민등록증을 활용한 본인확인(입출금통장 개설, 체크카드 발급, OTP 발급, 기기변경, 계좌비밀번호 변경, 이체한도 임시증액, PIN번호 재설정 등) △국민비서 △대출심사 등의 금융·비금융서비스가 정부시스템 점검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중단되거나 제한받게 됐다.
금융권에서도 화재 이후 업무 차질에 대비해 그룹 차원에서 일제히 긴급 대응 계획을 마련하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사태 직후인 지난 27일 그룹 리스크 부문장(CRO) 주재 회의를 소집하고, 은행·카드·증권·저축은행 등 주요 그룹사와 함께 대응 상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이날 각 그룹사의 영업점 업무 개시 이후 영업점과 콜센터 업무 대응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아울러 혼란 상황을 악용한 외부 해킹 시도를 즉시 차단하기 위해 그룹 내 정보보안 비상체계도 강화했다.
하나금융그룹도 같은 날 그룹 CRO 주재로 회의를 소집해 그룹 전 관계사의 영향도를 분석하고, 실시간 모니터링·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그룹 ICT 부문에서는 중요 전산 체크 리스트를 선정해 은행·증권·카드 등 각 관계사에 배포하고, 전산 복구 지연 상황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장 주재 '국정자원 대응 TFT'를 구성해 각 사업그룹별 화재 관련 업무 영향도를 점검하고, 중요 안내사항 및 영업점 고객 응대 메뉴얼 등을 마련했다.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위기대응협의회를 중심으로 매뉴얼에 따라 시스템 영향도를 점검하고, 고객 안내 및 대체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체 신분증을 활용한 거래 지원 △우리WON뱅킹 앱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계열사 홈페이지 및 콜센터 등을 통한 고객 안내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또 전산 복구가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영업점 중심의 보완 절차와 긴급 전산 개발 준비를 마쳤다.
KB금융그룹은 26일부터 비대면 비상 대응회의체를 운영하며, 대응 상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실시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도 26일부터 상황대응반을 가동해 비상근무 체계로 전환했다. NH농협은행도 수석부행장 주관 점검 회의를 열고 행정정보시스템 장애에 따른 사업 부문별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한편 금융위는 전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체계를 금융위원장 주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로 격상하는 동시에 금감원·유관기관·금융회사 등과 공조해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불편 최소화'를 최우선 가치로 해, 현장에서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금융회사 업무 연속성 계획(BCP) 차원에서 어떤 불측의 사고에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금융위·금감원도 사태가 안정화 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금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사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 등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