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에서 검증된 기술…양산차로 이어져 주행 성능 혁신
[미디어펜=김연지 기자]500만 관객을 모은 'F1 더 무비'가 조명한 F1 레이싱 기술은 메르세데스-벤츠 양산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나노슬라이드 실린더부터 F1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서킷에서 입증된 기술이 일상의 주행 성능으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F1 더 무비'는 6월 개봉 이후 지난 13일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F1은 하계 올림픽, FIFA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며 경제적 파급력은 물론 문화적 상징성까지 갖췄지만, 국내에서는 팬층이 두텁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화 한 편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F1 머신의 질주로 향하게 됐다.

F1 무대에서 검증된 다양한 기술이 고성능 전기 콘셉트카부터 플래그십 세단까지 양산 모델에 순차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레이싱 현장에서 축적된 배터리 관리, 하이브리드 시스템, 엔진 마찰 저감 기술 등이 실제 도로 주행 환경에서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콘셉트카 '콘셉트 AMG GT XX'./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F1은 총 10개 팀, 20명의 드라이버가 한 해 24라운드에 걸쳐 치열한 승부와 전략 싸움을 벌이는 종합 기술 스포츠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1.6리터 엔진으로 시속 350km를 넘나드는 극한의 조건을 위해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무대에서 검증된 기술은 자연스럽게 양산차 개발로 이어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사를 써왔다. 1894년 역사상 최초의 자동차 경주에서 다임러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1950년대 전설적인 드라이버 후안 마누엘 판지오가 실버 애로우로 F1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모터스포츠의 정상에 섰다. 이 헤리티지는 오늘날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의 모터스포츠 DNA는 최근 또 다른 신기록으로 확장됐다. 메르세데스-AMG의 전기 콘셉트카 '콘셉트 AMG GT XX'가 24시간 동안 5479km를 주행하며 전기차 장거리 주행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기존 4000km 미만이던 기록보다 1518km나 긴 주행이며, 약 8일(7일 13시간 24분 7초) 동안 지구 한 바퀴 거리인 40075km 주행에도 성공했다.

이 기록 뒤에는 F1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와 축방향 자속 모터 3개가 결합된 새로운 드라이브 트레인이 있다. 이를 통해 차량은 반복적으로 한계 주행을 이어가며 지속 성능을 발휘했고, 배터리는 고강도 주행 중에도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며 안정성과 초고속 충전을 모두 구현했다. AMG는 이 기술을 향후 출시될 AMG.EA 기반 4도어 전기 스포츠카에 적용할 계획이다.

F1 기술은 국내 출시된 양산차에도 스며들어 있다.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는 업그레이드된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가 장착된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M256M)을 탑재해 최고출력 449ps, 최대토크 57.1kg·m를 낸다. 이 엔진에는 F1에서 검증된 기술을 계승한 나노슬라이드 실린더 코팅이 적용돼 마찰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다.

역대 S-클래스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AMG S 63 E 퍼포먼스'는 AMG의 퍼포먼스 기술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결합해 엔진과 모터 작동 시 최고출력 802ps, 최대토크 약 145.8kg·m(1430Nm)를 낸다. 가속 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3초로, 이전 세대보다 0.2초 빨라졌다. 이러한 성능은 F1 기술을 접목한 ‘E 퍼포먼스’ 시스템의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최대 190ps)와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최대 612ps)이 결합된 결과다.

현재 F1 머신은 1.6리터 V6 터보차저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극한의 회전수·고압·고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경험을 통해 축적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결국 양산차 발전으로 이어진다. 2026년에는 한층 더 기민하고 친환경적인 머신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며, 머신의 진화는 곧 양산 기술의 진화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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