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형 리더’ 이석구 대표 새 사령탑으로…‘인천공항점 철수’ 장고
인천공항 상징성에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까지, 복잡한 셈법에 철수 난망
임차료 부담에 빛바랜 수익성 개선…업계 “소송 승산 낮아” 버티기 점쳐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2 구역 철수를 검토 중인 신세계면세점이 수익성과 상징성 사이에서 양자택일 기로에 몰렸다. 다만 최근 새 사령탑을 맞으며 선택권이 신임 대표에게 넘어간 만큼, 신세계면세점 대응 방안 결정에는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 인천국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 주류담배 매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9일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이석구 신임 대표는 이날부터 출근해 본격적인 회사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신세계면세점 내부적으로도 새 대표를 맞아 업무 보고용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업계 관심이 쏠린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DF2 구역 철수 여부 결정도 이 대표의 업무 파악이 마무리 된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임원 인사를 통해 이석구 대표를 신세계면세점 신임 대표로 낙점했다. 이 대표는 40대 젊은 리더들이 주축이 된 이번 인사에서도 눈에 띄는 백전노장으로, 조선호텔, 스타벅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 등을 역임했다. 스타벅스에서는 사이렌오더와 드라이브스루 등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졌고,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도 단독 패션 브랜드 론칭 등을 통해 패션업계 불황 속에서도 성과를 냈다. 업계에서도 ‘위기관리형 리더’라고 불리는 만큼, 실적 부진에 빠진 신세계면세점의 반등을 위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문제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에 업황 악화를 이유로 인천공항 면세점 DF2 구역 임차료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이 강제조정에 나섰지만 공사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신세계면세점의 선택지는 소송과 철수로 좁혀졌다. 결정이 미뤄지는 사이 그룹 인사로 대표가 교체됐고, 방향타는 이 대표 손에 쥐어졌다.

다만 이 대표가 인천공항점 임차료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데에는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신라면세점이 발 빠르게 철수를 결정한 것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좀 더 복잡하게 셈을 따지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DF2 구역 철수가 단순 사업장 축소를 넘어 향후 사업 방향까지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해외 공항 진출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해외 사업장이 없고, 올해 초 부산 시내면세점 특허까지 반납하며 외형이 축소된 상황이다. 인천공항점이 ‘한국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까지 맡아줘야 하는 만큼, 사업장 축소에 따른 무형적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는 신세계면세점 실적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2023년 신세계면세점 매출은 매출 2조1357억 원, 영업이익은 967억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2조2694억 원으로 6.3% 증가했음에도 영업손실 19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적자의 주범은 임차료였다. 신세계면세점 임차료는 2023년 1250억 원에서 2024년 2501억 원으로 두 배 늘었다. 영업이익 감소폭(1164억 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별도 임차료를 내지 않는 만큼, 사실상 대부분이 인천공항 면세점 몫의 임차료다. 앞서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임차료 조정을 요구했던 신라면세점이 최근 DF1 구역 철수를 결정한 것도, 면세점 운영을 통해 막대한 임차료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제는 해외 관광객 회복세에도 인천공항 면세점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7067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3636만 명이 이용하며 같은 기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개별 관광 중심으로 해외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면세점 고객 객단가는 꾸준히 하락 중이다. 인바운드 관광객 주요 쇼핑 장소가 면세점에서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동한 탓이다. 2023년 신세계가 사업권을 따낸 DF2 구역은 인천공항 이용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가 책정되는 방식이다.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며 면세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면세점 객단가 하락세를 뒤집지 못한 상황에서 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면 되려 적자폭만 커질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수익성 개선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신세계면세점 매출총이익은 2023년 5736억 원에서 2024년 6367억 원으로 11%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도 26.9%에서 28%로 1.1%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임차료 부담이 이를 상회하며 빛이 바랬다. 신세계면세점이 DF2 구역에 써낸 입찰가는 공사 측이 제시한 입찰 최저가의 1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무리한 임차료로 시내 면세점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공항 면세점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되는 구조가 됐다. 사업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입찰이 독이 된 셈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임시 매장의 정규 매장 전환에 따라 임차료가 여객수 연동 방식으로 바뀌면서 부담이 증가했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늘었지만 면세점 쇼핑 비중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라며 "신임 대표가 막 취임한 만큼 아직 인천공항점 철수 등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은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임차료 인하를 위해 소송을 벌인다 해도 신세계면세점 측의 승산이 충분해 보이진 않는다. 현재 임차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면 결국 철수 외엔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당장 철수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적자가 심각한 상황은 아닌 만큼, 당분간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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