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공석이 된 ‘황금노선’을 둘러싼 LCC들의 경쟁은 단순한 운수권 확보를 넘어 생존을 건 전략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재배분 결과에 따라 각 항공사의 향후 운영 기조와 시장 지배력이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장자제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겹치면서 누가 먼저 기회를 잡느냐가 향후 몇 년간 LCC 경쟁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는 치열한 경쟁과 함께 실적 악화와 부채로 인한 자본잠식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생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본지는 2편의 기획을 통해 항공업계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배분될 신규 노선 운수권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취항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LCC들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데다 자본잠식 등 재무 부실 문제를 안고 있어 실제 운항을 위해서는 재무 건실성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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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출국하려는 탑승객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미디어펜 |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합병으로 발생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일본, 자카르타 등 일부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LCC에 재분배할 계획이다.
하지만 운수권 확보가 곧 호재라는 단순 공식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영업 적자가 이어져 확보한 노선이 실제 운항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운수권을 다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수권 배분 대상 LCC, 이자비용 낼 돈도 못벌어
실제 항공운수사업 면허 및 운수권 관련 규정에 따르면 운수권을 배정받은 항공사는 통상 1년 내 취항을 시작해야 하며 일정 기간 이상 운항하지 않으면 국토교통부가 해당 노선을 회수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5월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부산~자카르타 노선 운수권을 각각 주 4회, 주 3회 확보했지만 항공기 운용 여력 부족으로 1년간 운항에 이르지 못하면서 운수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단순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운수권 배분 경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를 제외한 주요 LCC들의 재무 구조 상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제주항공은 744억 원, 티웨이항공은 115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유럽 장거리 노선 취항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초기 비용이 큰 만큼 2분기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259% 급증하며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항공기 리스를 포함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충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재무상태가 썩 좋지 않다. 최근 대한항공과 합병한 아시아나항공 역시 한 때는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는 등 자생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지만,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대한항공에 인수 합병된 바 있다.
이는 항공산업 특성상 자연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에 실적이 좌지우지 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주요 관광지에 전쟁이나 코로나 같은 전염병 발생은 물론 지진, 태풍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가 생기면 항공업계가 입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재무적 여유라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러한 돌발 변수에 의해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은 초기 비용이 큰 만큼 지배구조 리스크가 운영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운수권을 확보했더라도 안정적 운항이 담보되지 않으면 반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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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구조조정 맞은 항공업계, 재무 건실성 회복 우선해야
매각설에 휩싸인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역시 재무 구조 불안으로 구조조정의 길에 들어섰다.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 지원 덕분에 한때 숨통을 트는 듯했으나 지속되는 적자로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199.4%에 달하며 누적 결손금만 6139억 원에 이른다. 통상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어갈 경우 업계에서는 완전자본잠식으로 판단한다. 쌓인 손실이 자본금을 초과했다는 의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매출 461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4.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374억 원과 당기순손실 25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81.4%, 자본총계는 273억 원으로 자본금 1468억 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매출 4916억 원, 영업이익 407억 원, 당기순이익 1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누적 결손금 1389억 원이 존재해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안하다.
여기에 체질개선을 내세우며 에어프레미아 주식을 매입할 방침을 내세웠던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잔금 미납 시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 경우 에어프레미아는 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시아나는 재무 구조 악화와 경쟁력 약화로 결국 대한항공에 인수되면서 국내 항공업계 독점 체제가 강화됐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번 LCC 운수권 배분에서도 재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운수권 확보가 실제 운항과 수익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독점 체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LCC 전반의 재무 안정성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성공 공식이 이제는 많이 흐려진 상황”이라며 “재무 체력이 약한 LCC는 운수권 확보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 수익 창출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 및 중장거리 노선과 같은 초기 비용이 큰 운항에서는 특히 재무 안정성과 실행력이 운항 지속성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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