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에도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10년 동안 기존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공제 차트를 그대로 유지해 항공권 구매와 좌석 승급이 가능하고, 원할 경우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언제든 전환할 수 있다. 이번 통합안은 아시아나 고객의 권익 침해를 막고, 서비스 연속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30일 대한항공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마일리지 통합안에 따르면 양사는 합병 이후에도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별도로 관리·운영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아시아나 소비자의 권익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별다른 절차 없이도 10년 동안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안은 지난 6월 대한항공이 공정위에 제출한 초기 안을 보완한 것이다. 공정위는 당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5월 1차, 2024년 12월 2차 의결을 통해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보고받고 승인을 조건으로 한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향후 2주간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정위 승인에 맞춰 마일리지 통합 관련 절차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통합 후 별도 운영…노선 확대·적립 체계 변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더라도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통합 시점부터 10년 동안 회원 계정은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유지하는 회원과 △보유분을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전환한 회원으로 구분된다. 소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기존 아시아나 공제 차트 기준에 따라 일반석·프레스티지석 보너스 항공권 구매, 좌석 승급, 최대 30% 복합결제, 브랜드 굿즈·기내 면세품 교환 등이 모두 가능하다.
마일리지 사용 범위도 크게 넓어진다.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자사 운항 69개 노선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통합 이후에는 대한항공 단독 운항 59개 노선이 추가돼 총 128개 노선에서 활용할 수 있다. 선택 폭이 약 85%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스타얼라이언스 제휴 항공편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별도 운영 기간 동안 신규 적립 구조도 변경된다. 통합 이후 새롭게 적립되는 마일리지는 모두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만 쌓이고,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은 중단된다. 기존 보유분은 별도 계정에서 관리되며 향후 적립·사용 체계는 스카이패스로 일원화된다. 이는 소비자에게 제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장기적으로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0년이 지나면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자동으로 스카이패스 계정으로 전환된다. 소멸시효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설계가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통합 효과를 점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 탑승 1:1·제휴 1:0.82…소비자 눈높이 반영
고객은 원할 경우 언제든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일부만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보유한 마일리지를 전량 전환해야 한다. 전환 비율은 △항공 탑승으로 적립한 마일리지는 1:1 △신용카드·호텔 제휴 등으로 쌓은 마일리지는 1:0.82가 적용된다.
대한항공은 전환 기준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마일리지의 성격 차이를 반영했다. 탑승 마일리지는 양 사의 적립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해 1:1 비율을 적용했고, 제휴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투입한 비용과 적립 단가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1:0.82 비율을 제시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제휴 신용카드는 평균 1000원당 1마일 적립되지만, 아시아나는 1000원당 1마일 또는 이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가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환 구조는 대한항공이 당초 제출한 단일 전환 비율안을 두고 공정위가 "탑승과 제휴 마일리지는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보완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반영해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고, 전환 비율을 이원화하는 형태로 조정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시한 전환 비율(0.9)보다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정위는 소비자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환을 선택하지 않은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 다만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소량만 보유한 경우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어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 공정위는 복합결제 기능을 활용하거나 비항공 사용처에서 일부를 소진한 뒤 전환하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우수회원 제도 유사 등급 매칭…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우수회원 제도는 소비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설계됐다. 기존 아시아나의 5단계 회원 등급은 대한항공의 3단계 체계에 맞춰 자동으로 매칭되고, 신규 등급인 '모닝캄 셀렉트'가 신설된다. 아시아나 플래티늄·다이아몬드 회원은 실적에 따라 밀리언마일러·모닝캄 프리미엄 등 동등 수준 이상의 등급을 부여받으며 자격 기간도 그대로 유지된다.
비항공 부문 사용처 확대도 이번 통합안의 핵심이다. 최근 영화관 제휴 종료나 오프라인 구매처 축소 등으로 사용처가 줄어든 문제를 고려해 공정위는 별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비항공 사용처 복원을 요구했고, 대한항공도 이를 수용했다. 항공권 외 다양한 소비처가 확보되면 별도 관리 제도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합병 이후 제휴 카드사에 공급하는 마일리지 단가도 제한된다. 합병 완료일(2024년 12월 12일) 기준으로 향후 10년간 제휴 카드사에 공급하는 마일리지 단가를 2019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이상으로 인상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신용카드 적립 단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부채는 기존 2조5700억 원, 아시아나는 약 9600억 원으로 합산 3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공정위는 소비자의 전환 선택 비율에 따라 부채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재로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마일리지 회계 처리와 부채 관리가 통합 항공사의 주요 재무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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