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을 대상으로 한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면세점이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주요 면세점들이 정책 시행 첫날부터 ‘유커 맞이’로 분주한 가운데, 침체에 빠진 면세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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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중국 텐진에서 출발한 '드림호' 크루즈 단체관광객들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방문한 모습./사진=롯데면세점 제공 |
3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면세점에 방문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3700여 명에 달한다. 인천항에 기항한 7만7000톤급 크루즈선 ‘드림호’ 승객 2000여 명이 서울 시내 면세점을 찾으며 물꼬를 텄다. 드림호 승객 중 1700여 명은 롯데면세점에 명동본점을, 500여 명은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방문했다. 이날 신세계면세점에도 ‘드림호’ 일부 승객을 비롯해 항공편으로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등 1500여 명이 다녀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어제 관광버스 41대를 통해 1700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명동본점을 방문해 약 1시간 동안 쇼핑을 즐겼다”면서 “크루즈 특성상 다른 나라도 경유할 예정이다 보니, 승객들은 주류나 담배, 기타 기념품 등을 주로 구매했다”고 전했다.
정책 시행 첫날부터 면세점이 유커로 붐비면서 면세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도 번지는 분위기다. 과거 유커는 면세업계의 전통적인 ‘큰손’이었지만,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19 여파로 발길이 끊겼다. 2016년 약 807만 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방한 중국인 수는 2021년 약 17만 명까지 급감했다. 2023년부터 서서히 회복해 지난해 약 463만 명까지 늘었지만,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다.
정부는 내년 6월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 회복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기존 5영업일 전까지 신청해야 했던 한국행 비자 발급 절차는 출발 24시간 전 전담여행사를 통한 간소한 입국 신청으로 간소화됐다. 정부는 이번 무비자 정책을 통해 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간 급행 비자 발급이 어려웠던 중국 2·3선 도시의 한국 여행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단체 관광객 유치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정책 시행 후 연말까지 월평균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문이 약 5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특히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행사) 단체들의 경우 일정상 급하게 관광 계획을 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무비자 정책이 용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업황 개선을 위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으로 보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객단가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관광 중심의 트렌드 변화로 관광객들의 쇼핑 중심지가 시내 일반 오프라인 매장들로 이동했지만, 면세점은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별 관광객 공략이 지지부진한 만큼, 면세점들은 유커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현지 주요 여행사 및 파트너사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명동본점을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 선호 브랜드 상품 구성 확대 및 중국 간편결제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등 중국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와 인프라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중국 단체 관광객 맞춤 혜택을 강화하는 한편, 객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단체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VIP 맞춤형 서비스 등 차별화 접객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방문단과 비즈니스 관광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유커 유치를 활성화하고 있다. 현지 여행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이스 및 인센티브 단체를 유치 중이며, 대형 전광판 환영행사와 중국인 선호 브랜드 MD 확대,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울 추진하고 있다. 현대면세점도 중국인 선호 브랜드 할인 행사, 알리페이 할인 프로모션, 멤버십 골드 등급 업그레이드 등 중국인 맞춤 혜택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관계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메인 고객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면세점 입점 고객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K팝 팬미팅 등 대형 단체고객 유치 마케팅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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