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는 아직 10단계 중 2…결국 인간을 넘을 것”
“로봇이 갖지 못한 마지막 보물은 인간의 자유의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종현학술원은 한국고등교육재단과 함께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SF, 로봇, 인간’ 특별 강연을 공동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강연은 로봇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철학적·과학적 시각을 함께 제시하며, 인간과 로봇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 2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과학+α 융합 토크’ 강연에서 (왼쪽부터)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 김주형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 겸 작가가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제공


첫 발표를 맡은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는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하는 과정과 휴머노이드 기술의 진화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디즈니리서치,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 연구소(DARPA 프로젝트), 삼성전자 등에서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UIUC에서 KIMLAB을 이끌며 차세대 로봇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김주형 교수는 “만화와 영화 속 상상을 연구실에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로봇 공학자의 도전”이라며 “로봇이 생활 속에 보급돼야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이 AI와 로봇의 진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만화와 영화 속 로봇들을 연구실에서 구현해낸 경험을 풀어냈다. 그는 “만화 속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며 “로봇이 일상에 더 보급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이 AI 발전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로봇이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는 아직 10단계 중 2단계 수준에 불과하다”며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면 결국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애플에서 8년간 아이폰 통신 모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며 글로벌 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벨로다인 라이다에서 자율주행용 라이다 시스템 개발을 이끌었으며, 현재는 LG전자에서 차세대 로봇 플랫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영재 연구위원은 인간과 로봇의 본질적 차이를 ‘자유의지’에서 찾았다. 그는 “DNA가 지시하는 대로,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주어진 대본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인간만의 자유의지”라며 “AI와 로봇이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겠지만, 자유의지라는 마지막 보물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진행은 SF소설과 인문과학서를 집필해온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가 맡았다. 

로봇 대중화의 분기점을 묻는 질문에 김영재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빨래·청소를 합리적 가격에 대신할 수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고 답했다. 그는 청소 로봇이 이미 설치만 하면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수준에 도달했듯, 세탁-건조-개기, 식기 세척-정리 등 ‘마지막 1미터’를 메우는 자동화가 대중화의 관건이라고 봤다. 

김주형 교수는 “가구 높이와 구조가 로봇 사용을 전제로 변한 것처럼 생활양식과 제품 설계가 맞물리며 수용성이 점차 높아진다”며 “로봇 청소기처럼 시간이 만들어내는 학습 곡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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