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370만톤 감축 목표에도 구조조정 방안 마련 난항
산업단지별로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해관계 얽혀 있어
채권단도 구조조정 방암 마련 촉구…정부가 컨트롤타워 맡아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 도출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채권단에서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조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체들은 산업단지별로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설비 통폐합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정부의 석유화학산업의 구조 개편 계획에 따른 것으로, 에틸렌 생산 규모를 연간 270만~370만 톤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연간 에틸렌 생산 규모가 1300만 톤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28% 수준을 감축하는 셈이다. 

   
▲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기업 간 이해관계 달라 논의만 지속…S-OIL도 변수

하지만 기업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구조조정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설비를 매각하는 기업은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길 원하지만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자산 매각은 제값을 받기 어려운 점은 구조조정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는 가동률이 높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 상대적으로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여천NCC 역시 구조조정 대상이지만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에틸렌 공급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는 등 내부적인 이해관계 조율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가는 S-OIL의 샤힌프로젝트도 구조조정 논의에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샤힌프로젝트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180만 톤에 달하는 만큼 구조조정에도 S-OIL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70만 톤을 감축한다고 하더라도, 그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공급되는 셈이어서 S-OIL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S-OIL 입장에서는 아직 설비가 가동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9조2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자급이 투입되는 만큼 구조조정 논의에 대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합의나 실행 계획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기업들끼리 대화를 이어가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나마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구조조정 논의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중재자’ 역할 정부 개입 필요성 대두

업계 내에서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게 늦어지자 중재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채권단에서는 석유화학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17개 은행 등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석유화학업체들에게 만기 연장, 이자유예, 이자율 조정 등의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업계가 제시한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부족하다”며 “시장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내년부터 중동의 석유화학 설비가 줄줄이 가동되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중동에서는 원가 경쟁력이 국내 기업들보다 우수해 수익성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정부가 중간에서 조율하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해외자본을 업고 있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때 해외자본 기업들이 무임승차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라며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더라도 실제 실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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