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잇단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 공사비 급등 등 건설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자회사∙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와 포트폴리오 재편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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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유동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
3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수처리 전문 자회사 'GS이니마'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 타카(TAQA)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약 1조6770억 원, 지분가치를 고려한 실제 유입액은 약 1조2578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GS이니마의 지난해 자산은 1조8471억 원으로, GS건설 종속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연 매출이 약 5000억 원대에 달하는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GS건설이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인천 검단신도시 재시공 비용 등으로 불어난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올 6월 말 기준 3조3000억 원 규모의 순차입금은 약 2조2000억 원으로 줄고, 부채비율도 253%에서 200%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SK에코플랜트 역시 대규모 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회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함께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 환경 자회사 3곳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1조7800억 원으로, 약 1조 원 규모의 순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거래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는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고, 리뉴원 지분을 담보로 발행한 교환사채(장부가 3237억 원)를 상환해 지분 100%를 확보한 뒤 매각을 진행한다.
이번 매각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도 재조정한다. SK에코플랜트는 한동안 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왔지만, 전략을 수정해 반도체 관련 사업을 필두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환경사업 매각으로 현금 곳간을 채우는 동시에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고성장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유동성 확충을 위해 사옥을 이전하거나 보유 부지를 매각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DL그룹은 9월부터 서울 종로구 디타워 본사 사옥에서 강서구 원그로브로 순차적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DL그룹은 지난해 디타워 사옥을 NH농협리츠운용에 매각했고, 당시 약 2400억 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거래를 통해 얻은 매각 대금은 약 1300억 원이다. 이번 이전은 임차비 절감 효과와 함께 유동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건설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을 포함한 보유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외부 컨설팅을 통해 보유 자산의 가치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매각, 개발 등 자산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최적의 재무전략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앞다퉈 리밸런싱에 나서는 것은 업황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미분양 등 주택시장 침체와 공사비 인상, 금융 비용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업계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대형 건설사는 10곳으로, 2023년 2건, 2022년 6건 대비 크게 늘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분양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재무부담 확대로 건설사의 재무적 대응력 약화되고 있다"며 "유동성 대응력이 저하된 건설사의 경우 자산매각, 보수적 사업 추진을 통한 유동성확보와 재무부담 완화가 신용도 유지의 핵심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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