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의 CATL이 유럽 배터리 시장에 거대한 현지화 투자를 통해 국내 3사와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헝가리 공장 가동 외에도 스페인 공장 건설에 전문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국내 3사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
|
▲ 베이징 국제 오토모티즈 전시회에 설치된 CATL 부스./사진=로이터 |
2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상장 이후 유럽을 겨냥한 공격적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헝가리 등 주요 거점에 생산 및 연구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현지 완성차 기업과 공급망을 긴밀히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은 스페인에 스텔란티스와 40억 유로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해당 공장에는 전문 인력 2000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년 1분기에는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이 예정되는 등 현지 완성차 기업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는 CATL의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 진출 및 고객사 확보, 신규 사업 수주에서 국내 기업들이 더 큰 부담과 가격 경쟁 압력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ATL의 유럽 본격 투자 확대 배경에는 △유럽 시장에서 지배력 확장 △현지 공급망 구축을 통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중국 내 규제 리스크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 대응이라는 복합적인 목적이 깔려 있다.
업계는 CATL의 인력 대규모 투입과 빠른 공장 가동 프로세스가 유럽 현지 기업과의 연계 강화를 넘어 중소형 전기차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신규 시장에서도 수요 확대를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이 CATL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은 유럽 내 생산 배터리 혹은 현지 공장을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3사는 첨단 생산 시설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지 공장 증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과 프로젝트 리스크가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게다가 업계 내에서는 중소형 프로젝트 및 신규 수주의 단가 전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의 전기차 신생 브랜드와 중견 완성차사들이 보다 저렴한 단가와 신속한 공급을 요구하면서 CATL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와 15조 원 규모의 게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으나 CATL도 현지 공략을 통해 협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최근 완성차 고객사들에서는 비용과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이유로 배터리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추세다.
최근 유럽 내 프로젝트 입찰에서는 CATL이 평균 단가 인하 및 공급조건 최적화로 우위를 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3사 역시 유럽 현지 시장 방어와 성장세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 및 독일 현지 생산거점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만 자재비·인건비·물류비 등 운영비 증가는 주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하려면 현지에서의 R&D(연구개발), 생산 효율성, 글로벌 완성차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비중국 시장에서의 CATL의 점유율은 29.8%를 기록했다. 이는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에 약 10%포인트(p) 앞서는 수치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