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9월 美판매 역대 최고…관세 여파에 손익은 역주행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여파로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판매 실적이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관세 충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양사는 하이브리드 확대와 미국 현지 생산 강화 등 체질 개선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분기에만 관세 부담으로 1조6142억 원의 영업이익이 증발했고, 3분기에는 약 2조4500억 원 규모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3분기까지 누적 관세 손실은 4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관세가 집어삼킨 영업이익…3분기 관세 손실 2조4500억원

하지만 관세 여파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견조한 판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9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4% 증가한 7만1003대를 판매했다. 3분기 누적 판매량은 23만9069대로 13% 늘며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도 같은 기간 11% 증가한 6만5507대를 판매했고, 3분기 누적 판매량은 21만9637대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시장 기대치도 판매 호조를 반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기아의 3분기 합산 매출액은 72조3517억 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44조7358억 원, 기아는 27조6159억 원 수준으로 각각 4.2%, 4.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적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관세 여파로 ‘팔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 역시 대규모의 관세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7월 한·미 협상을 통해 이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도 기존 세율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 HEV 확대·현지 생산 가속…체질 개선 박차

현대차·기아는 악화되는 수익성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믹스와 생산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하이브리드(HEV) 모델 비중을 확대해 관세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이익률을 유지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차(EV)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HEV는 가격 경쟁력이 높고 북미 시장 수요도 꾸준히 늘어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현지 생산 능력 확대도 핵심 대응책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 기아는 조지아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추가해 연간 100만 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HMGMA의 생산 능력은 현재 30만 대 수준에서 향후 5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물류 효율화와 현지 조달 확대로 원가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이 하반기 이후 실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영업이익 감소 폭이 예상치를 넘어설 수 있으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 협상 지연이 이어지면 단순 비용 부담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 비용이 누적되면서 이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판매 확대보다 손익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가 장기화할수록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과 현지화 전략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관세가 단기 악재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경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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