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관세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안보 분야 합의 내용이 이달 중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미 간 그럴 가능성을 놓고 현재 협의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안보 분야는 이미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통상협상과) 함께 타결돼서 패키지로 발표하면 좋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미측과 협의를 통해 가능하면 하나씩 굳혀가는 발표를 해나가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초 미국과 관세협상과 함께 안보 이슈를 협의해왔고, 두 가지 분야에 대한 합의를 일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관세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한미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안보 분야부터 먼저 발표해 마무리짓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장관은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까지는 뭔가 돌파구를 하나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APEC은 이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린다.
조 장관은 안보 분야 합의 사항에 대해선 “우리로서도 필요한 분야에 국방력을 증가할 수 있고, 또 미국과 합의해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및 미국산 무기체계 구매 등을 시사했다.
미국은 현재 동맹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어 한국에도 비슷한 수준을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 규모를 말하는 대신 “그 안에 무엇을 어떻게 잡아놨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만 했다.
조 장관은 안보 분야 합의에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원자력협정 관련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20% 미만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있는데, 이를 완화·해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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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9.8./사진=연합뉴스 |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12일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큰 틀의 합의랄지,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면서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더 갖도록 하는데 (미국측의) 양해가 있다. 세부적으로 협의할 내용이 있을 수 있고, 우리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를 바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 실장은 이어 “그건(한미 간 원자력협정 개정은) 안보 패키지 딜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안보 협상은 대충 마무리가 된 상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은 '안보 패키지 딜' 안에서 완결성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며, 현재 한미 간 진행 중인 관세협상과는 별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조 장관은 미국과 통상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선 “미국에서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범위, 한도, 방법 등 여러가지가 있어서 시간이 조금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 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우리가 배제할 수 없다”며 “그것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으로 가는 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대화부터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조 장관은 이런 백악관 입장에 대한 평가를 묻자 “처음부터 비핵화를 맨 앞의 어젠다(의제)로 내세워서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이해에서 그렇게 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구금 당시 논란이 된 인권침해 문제를 어떻게 미국 측에 제기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구금 인원들을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 장관은 “가령 구금시설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거기 간수가 처벌받아야 할 텐데 이는 미국이 쉽게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다”라며 “깊이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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