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에서 994억 잔금 납부…AP홀딩스 지분 43.7% 확보
자본잠식률 82.1%…재무구조 개선 없인 장기 생존 불투명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은 확보…노선 배분 국면서 기회 기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구속 상태에서도 에어프레미아 인수 잔금을 납부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항공업계에서는 재무구조 악화로 침체기를 이어온 에어프레미아가 김 회장의 자금력에 힘입어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 에어프레미아 항공기./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타이어뱅크의 자회사 AP홀딩스는 에어프레미아 지분 43.7%를 확보,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AP홀딩스는 지난달 30일까지 인수 잔금 994억 원을 납부해야 했으나, 김 회장이 일부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점주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거래 내용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구금된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김 회장이 옥중에서 잔금을 치르며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 측이 그만큼 항공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 인수 대상인 에어프레미아는 2017년 설립된 신생 항공사다.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FSC) 중간 지점을 표방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HSC) 모델을 채택,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하며 기존 LCC와 차별화를 꾀해 왔다. 다만 재무구조 취약성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에어프레미아의 재무재표를 보면 자본잠식률은 82.1%에 달했다. 자본총계가 200억 원대에 불과한 반면 부채총계는 1100억 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500%를 상회하며 이자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등 영업 외 비용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통상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어서면 ‘완전자본잠식’으로 분류되는 만큼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타이어뱅크 측의 등장은 에어프레미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타이어뱅크는 전국 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타이어 전문 유통업체로 연 매출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줄곧 “자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이번 잔금 납부 과정에서도 외부 차입 없이 자체 자금으로 인수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는 자본잠식 문제만 해결된다면 에어프레미아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인천~뉴욕, 인천~프랑크푸르트 등 중장거리 노선을 선제적으로 개척하며 ‘작지만 차별화된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 배분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에어프레미아의 운항 경험과 개선된 재무구조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 시에는 운항 이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한 재무상태도 평가에 반영된다”며 “타이어뱅크 측의 자금력이 에어프레미아에는 곧 경쟁력 강화라는 이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항공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수적인데 김 회장이 구금 상태인 만큼 향후 경영 안정성과 리더십 공백 우려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타이어뱅크가 단기간에 노선 확대와 비용 구조 개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관건은 김 회장의 ‘돈줄’이 에어프레미아의 자본잠식 해소와 장기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김 회장은 앞서 “항공업 특성은 ‘규모의 경제’ 실현에 있다”며 추가 기재 확보 및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당장 부채비율을 낮추고 이자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중장거리 노선에서 입지를 다져온 에어프레미아가 안정적인 자금력을 확보한다면 LCC와 FSC 사이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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