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통과 예상됐던 K-스틸법, 10월 통과도 장담 못해
탄소배출 규제도 강화…배출권할당량 줄이면서 가격 상승 불가피
전기료 상승과 함께 철강업계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고관세,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철강산업을 지원하는 법안 통과마저 지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총량을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며, 신속한 입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철강 수입 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대로라면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50% 수준 줄어들고, 관세는 현재 25%에서 50%까지 올라 국내 철강업체들이 EU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이어 EU마저 무역장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부터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6월부터는 관세를 50%로 높였다. 

글로벌 수요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다. 주요 수요국들의 경기 둔화와 건설·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철강 수요 자체가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공급 과잉까지 겹친 상황이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사진=포스코 제공


◆K-스틸법, 여야 공감대 형성에도 통과 지연

이처럼 국내 철강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의 정책 지원마저 늦어지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철강 지원법안인 ‘K-스틸법’은 지난달 국회 통과가 기대됐지만 현재까지 상임위 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K-스틸법은 지난 8월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모여 공동발의한 법안으로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계획 수립, 금융 지원, 녹생 철강특구 지정,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가 철강산업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빠르게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조직법 개정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K-스틸법’은 뒷전으로 밀렸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사 중인데 남아 있는 법안 심사와 본회의 통과까지의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입법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달 말에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입법 일정이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배출권 할당량 축소 움직임에 철강업계 비용 부담 확대

철강업계를 지원하는 법안은 입법이 늦어지고 있는데 탄소배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기업에 배정하는 배출권 할당량을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연간 1억 톤 이상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들은 이미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여기에 1억 톤 이상 배출권이 줄어든다면 배출권 거래 가격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철강업체들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철강업계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쇳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석탄을 활용하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배출권 거래가격은 톤당 9000원에서 1만2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출권 할당이 줄어들면 3배 이상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내에서는 포스코는 1500만 톤, 현대제철은 400만~500만 톤 수준의 배출권 구매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할당량이 줄어들면 기업들의 구매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배출권 가격도 오르게 될 것”이라며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발전 부문 유상비율이 2026년 15%에서 2030년 50%까지 올라간다. 이는 전력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생산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은 늦어지고,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만 늘어나는 것 같다”며 “특히 배출권 할당량 축소는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이 많고, 전력 사용이 많은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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