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폭군의 셰프'에서 감칠맛 중국어 연기를 해낼 수 있었던 그의 열정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김형묵을 한두 가지의 형용사로 표현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가 연기한 각각의 장르가 다 전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연기해낸 캐릭터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세상의 인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혹자는 김형묵을 일컬어 '천 개의 색깔을 지닌 배우'라고도 한다.

연기 활동 내내 고유한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모색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연기하는 세월 내내 연기한 캐릭터마다 제 나름의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배우도 있다. 김형묵은 후자에 가까운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그 만큼 그는 매 캐릭터마다 '김형묵이지만 김형묵이 아닐 수도 있는' 그런 연기를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다양한 변화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똑같은 배역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김형묵은 고스란히 그 배역에 자신을 녹여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메소드(Method)'라는 표현만으로도 그의 연기를 이야기하는 데는 쉽지 않은 오묘함이 있다는 것이다.

   
▲ 천 개의 색깔을 지닌 배우 김형묵. /사진=누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그가 최근 가장 핫했던 건 뭐니뭐니해도 '폭군의 셰프'의 명나라 사신 우곤 역이었다. 김형묵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실제 중국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믿게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폭군의 셰프'가 종영한 후에도 김형묵에 대한 잔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런 김형묵과 만나 '폭군의 셰프'와 그의 모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폭군의 셰프’ 종영 소감을 이야기 해달라.

A. ‘밤에 피는 꽃’ 이후 장태유 감독의 작품에 다시 참여하게 되어 좋았다. 첫 촬영을 불과 며칠 앞두고 중국어를 하기로 했는데, 중국어로 연기한다는 설렘과 동시에 도저히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촉박한 시간, 더불어 뮤지컬 공연과 영화를 동시에 하는 상황이어서 커다란 압박과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도전하고 싶었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상 하기로 한 후에는 "왜 한다고 했지"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그래도 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서 어떻게 되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다 잘해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얘기들 해준다. 부족했지만 말 못할 극한 상황에서 오직 중국어와 캐릭터 연기에 모든 힘을 쏟았다. 감독, 작가, 기타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중국어자문 PD와 중국어 코치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이제는 피부로, 피로. 뼈로 안다. 배우가 열심히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 값이고, 잘 되고 사랑 받는 건 만드는 모든 이들과 시청자들이 모두 함께 도와줘야 가능하다는 것을. 나의 꿈이, 나의 도전이 모두의 꿈이자 도전이 되고 우리가 서로 도와서 함께 이루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스타가 되고 돈을 많이 버는 것과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과는 또 다른 영역인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인정할 수 있고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진짜 중요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걸 시청자들도 아시니까. 

   
▲ 최근 김형묵을 가장 의미있는 배우로 만들어 준 tvN '폭군의 셰프'에서의 명나라 사신 우곤 역. /사진=tvN 제공


Q. '우곤' 역은 어떻게 준비했나? 

A. '우곤'은 유근이라는 역사적 실존 인물에서 유래됐고, 그래서 연기 준비할 때 실존 인물을 두고 분석했고, 거기에 상상을 더했다. 물론 중국어도 집중해서 연습했다. 분명히 한국어로 연기하는 것과 중국어로 연기하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감정선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어와 캐릭터 연기를 균형있게 연구하되 결코 연기를 놓치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중국어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중국인일 수 없기에 중국어가 조금 부족해도 연습량으로 밀어붙였고, 캐릭터 연기 호흡에 더 집중했다. 시간이 좀 더 충분했다면 중국어도 더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중국어만 신경 쓰다가 '우곤' 캐릭터를 잘못 연기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Q. 그런데 바로 그 중국어 실력이 화제가 됐다. 실제 중국 배우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어떻게 준비했나?

A. 현장에서 초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어 암기량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엄청 많았고 외우는 데에만 초능력과 자기암시가 필요했으니까. 

중국 드라마도 많이 봤다. 감독이 주신 참고영상도 보고, 작가의 코멘트와 대본도 면밀히 살피고, 김땅내음 PD 중국어 자문에게 기본 중국 발음, 성조, 해석, 독해를 배우고, 고해성 중국어 지도에게 어조, 연음, 억양, 강조, 모션, 중국어 연기호흡, 기본 녹음 리듬, 어속 등을 관찰하며 거기에 응용하여 저의 연기 해석, 캐릭터 연기 등등을 입혔다. 

많은 이들이 도와주셨고 무엇보다 고해성 중국어 지도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그가 없었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 흔쾌히 도와줬고 무엇보다 멘탈이 약해질 때 매일같이 할 수 있다고 곁에서 날마다 코치를 해주었다. 그는 영화 쪽에서 중국어 지도 베테랑이고, 김한민 감독의 영화 ‘노량’에서 중국어 담당이었는데 시사회 뒤풀이 때 너무 좋은 친구라는 인상을 받아서 전화번호를 알아놨었다. 이번에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고해성 코치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그리고 같이 출연했던 중국 통역 '곽진' 배우도 고맙다. 옆에서 계속 용기를 북돋아줬다. 

Q. 이 드라마의 중요한 소재가 음식이어서 맛 표현력이 또 큰 화제가 됐는데 음식마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A. 중국어 대사 외우는 게 벅차서 그 부분은 현장에서 직관에 맡겼다. 평소 음식 만드는 것, 맛보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고 좋아하면 거침없이 감정 표현도 한다. 거기에 상상과 관찰을 더해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했다. 

오감, 육감, 영감 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중국어 애드립, 모션 애드립까지 동원했다. 고해성 코치도 죽이 맞아서 바로바로 내가 원하는 말을 중국어로 상황에 맞게 알려주었고, 나도 처음에는 어색했던 중국어가 나중에 8부, 9부 때는 더 편해져서 그 자리에서 알아들을 만큼 즐겁게 표현했던 거 같다. 

   
▲ 김형묵은 마릴린 먼로 주연의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뮤지컬로 만든 'Sugar'에도 출연 중이다. /사진=누아 엔터테인먼트 제공


Q. 함께 한 배우들은 어땠나? 

A. 연희군 역의 이채민은 사람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연기와 인성과 성품을 가졌다. 연지영 역의 임윤아 는 직접 겪어보니 동료를 챙길 줄 아는 리더십 있는 배우였고, 인품도 훌륭했다. 

김광규 형과 조선의 대신들 조재윤 문승유 박인수 등 숙수 친구들, 중국 사신 보조 출연자들(중국어를 할 줄 아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감독님, 작가님, 연출부 스태프 모두 칭찬과 응원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그리고 특히 이영준 제작PD께 이 인터뷰를 통해 감사를 전한다. 아낌없는 지원과 칭찬으로 날마다 격려해줬다. 중국어 통역 곽진 배우는 연기도 잘 하고 인성도 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고해성 중국어 코치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그가 없었으면 절대로 할 수 없었다.

중국 사신과 통역 친구들과 친해져서 좋은 일에도 함께 하기로 했다. 먹방하는 에피소드를 보며 맛있는 것을 자주 못 먹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그 친구들이 보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에 그런 친구들을 찾아 잠시라도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친한 지인이 후원도 해주시기로 해서 같이 봉사활동도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Q. 현재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곧 공연될 ‘슈가’에서는 어떤 연기를 하나?

A. ‘제리’라는 배역이다. 갱단의 살인사건을 목격했고, 여성 연주단에 여장을 하고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돈 많은 노신사가 제리에게 사랑을 느껴 사랑에 빠진다.(웃음) 

다른 작품들의 여장과 다르게 여자가 되고 싶거나 좋아서, 또는 필요에 의해 여장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여장을 하게 만든 거라 더 애절하게 웃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고 보니 취업 문제와 무언가를 숨겨야 한다는 것이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세계관과 연결되는 거 같다. 브로드웨이식 재즈 감성을 가지고, 마릴린 먼로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뮤지컬로 만든 것인데 한국 관객이 즐길 수 있게 각색한 작품이다. 극장을 찾아주신 분들께 연기와 나만의 웃음, 변신과 감동의 쇼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김형묵의 또 다른 면모를 보게 해주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사진=모호필름 제공


Q.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도 참여했는데.

A.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다. 박찬욱 감독, 이병헌 선배, 손예진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지방에 내려가서 촬영을 했다. 세 분으로 인해 제가 해낼 수 있었다.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어쩔수가없다’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는데, 만수(이병헌) 방에 놓인 침대에 앉아 침대를 쓰다듬으며 미리(손예진)를 보며 '침대 좋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박찬욱 감독이 준 애드립이었다. 내가 맡은 이원노의 캐릭터에 대해 '어디까지 천박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뒷부분에 나오는 경찰서 장면에서 미리가 원노에게 제시하는 협상을 놓고 원노의 고민의 개연성을 설명함에 있어서 원노의 욕망을 드러내는데 결정적인 장면과 대사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영화관을 찾아주길 바란다. 내년엔 연상호 감독의 ‘군체’라는 영화도 개봉된다. 그리고 지금 tvN ‘미스 언더커버보스’를 촬영하고 있다. 내년 1월 방영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sugar'로 12월에 찾아뵐 것 같고, 곧 홍보를 시작할 아주 재미난 드라마가 연말 쯤 촬영을 시작해서 내년 2월 방송 나갈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의 예능에 출연 예정이 되어있고 또 영화와 드라마 대본이 몇 개 들어와 있고 현재 긴밀히 협의 중인 작품이 있다고 들었다. 더 열심히 진정성 있게 작품에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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