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보고서, 급격한 기후 전환 대응 물관리 전략 제시
기후방패 물관리, 워터·프로젝트·파트너십 3대 믹스 제안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채찍질(Climate Whiplash) 현상이 심화되며 변동성에 따른 물관리 난이도가 상승하고 있다. 

   
▲ 고질적인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시 오봉저수지./사진=환경부


최근 기록적인 폭우, 극심한 가뭄 등이 이어지고 이상 기온에 따른 복합적인 재난 상황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대처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상황이다.

기후채찍질은 가뭄 직후 폭우가 쏟아지거나 강력한 홍수에 이어 가뭄이 오는 등 기후 현상이 극단적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발생 빈도가 20세기 중반 이후 최대 66%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온이 3℃ 증가하면 기후채찍질 현상도 113%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가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후변동성 증가로 인한 복합 재해는 가뭄, 홍수 등 단일 재해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 식량과 수자원 안보, 사회기반시설에까지 치명적 위협을 부른다.

또한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공급 안정성이 더욱 위협받고 있으며, 기업들은 물리적 피해 외에도 기후변화 공시 의무화로 인한 재무 영향평가라는 이중 부담에도 직면하고 있다.

이에 한국환경연구원(KEI)은 KEI 포커스 ‘기후위기 시대, 신정부 물관리 체계 혁신 방향: 기후채찍질에 맞서는 기후방패(climate-proof) 물관리 정책’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극한 홍수·가뭄 등 급격한 기후 전환에 대응할 물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KEI 보고서는 최근 강릉의 가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의 강수 의존적이고 중앙집중식인 물관리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센터의 연간 용수 사용량도 현재 수백만 톤 수준에서 최대 8000만 톤 이상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 국내 데이터센터 용수 사용량 전망(시나리오별)./자료=KEI


미래 시나리오 분석 결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준 30TWh와 3GW 초대형 프로젝트 추가 시 56.28TWh로, 시나리오별 데이터센터 용수 수요가 연간 600만~8250만 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국내 데이터센터(DC)의 수가 급증하고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에 따라 AI 및 GPU 기반 고밀도 랙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냉각수 사용량도 증가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후변동성과 산업용수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방패 물관리 방안으로 한혜진 KEI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물공급과 수요를 유역 단위에서 최대한 일치시켜,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워터믹스(WaterMix) △프로젝트 믹스(Project Mix) △파트너십 믹스(Partnership Mix) 세 전략의 통합적 추진을 제안했다.

워터믹스 전략은 다양한 수원 조합으로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기존의 강우량(댐·하천·지하수)에 의존하는 기후변화 취약 구조에서 벗어나 지하수, 빗물, 재이용수, 농업용 저수지 등 지역별 다양한 수원을 활용해 유역 내 물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공급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특히 재이용시설의 수요 부족 해결과 공급능력 제고를 위해 광역 하수재이용 제도 도입 및 법률 개정, 국가 주도의 기후민감도, 공급능력, 공급비용, 지역수용성 등을 고려한 물 재이용 시범사업 추진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워터믹스를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수원의 예시./자료=KEI


프로젝트 믹스 전략으로는 물순환 촉진 사업을 통해 이·치수·물환경을 연계한 융복합 물관리를 추진하는 것이다.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통합적인 물순환 촉진 사업 추진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물순환 촉진 구역에서 융·복합 물관리 기술·인프라 기반 지역 물순환 개선 및 복합적 물 문제 대응 사업(Project Mix)을 추진한다. 

최근 강릉지역 가뭄 문제도 물환경-물이용, 농업저수지-발전댐 등 다부처 시설들이 복합적으로 연관된 전형적인 복합 물문제 사업으로, 물순환 촉진 사업 추진이 필요해 물순환 촉진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파트너십 믹스 전략으로 국가는 ESG 공시 지원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 물리적 위험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은 워터포지티브 실천을 통해 협력체계를 강화한다.

방안으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한 물리적 평가 솔루션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 구축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홍수·가뭄 등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해 고도화된 취약성 지도(도시침수지도·홍수위험지도·가뭄취약지도) 등 정보 제작 및 배포, 홍수·가뭄 리스크의 경제적 정량화 모형 구축을 통한 기업별 피해함수 산정·활용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기후위기의 1차 피해자는 산업 자신으로, 물 사용량이 많은 국내·외 기업들은 기후변동성에 따라 높아진 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일환인 워터 포지티브 실천 필요성을 내놓기도 했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나 조직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깨끗한 물을 자연과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개념으로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통해 모든 사람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에 덧붙여 “산업용수의 업종별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국가는 산업용수 업종별 사용량 통계 체계를 구축해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공개하고, 기업은 자발적으로 물사용량을 측정·보고해 투명한 물관리 정보 공유에 협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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