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기술 발전에 따라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백화점·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조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은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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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가 최근 발간한 유통산업 전환기 노동보호의 사회적 계획 모색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업은 오픈마켓 포화와 해외 진출, 온라인 무점포 확대, 비대면 무인·자동·키오스크화 등 환경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및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이 과거 무인판매, 자동화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러운 변화로 인식되는 상황으로 변모한 것이다.
한국 유통산업 변화 흐름을 보면 산업 구조 조정과 노동시장의 인력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사업체노동실태에 따르면 2018년 소매업 사업체 수는 26만1062개에서 2023년 23만3940개로 3만 개 남짓 감소했고, 이 기간 총 종사자 수(2018년 127만9000명→2023년 109만3000명)와 상용 근로자(2018년 166만6000명→2023년 65만4000명) 모두 급격히 감소했다.
종합소매업은 같은 시기 사업체(2018년 5만8686개→2023년 6만2165개)와 총 종사자 인력(2018년 41만5191명→2023년 45만768명)은 증가했지만, 해당 시기 상용 근로자는 가감 없이 현상 유지(2018년 20만8802명→2023년 20만8611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무점포 소매업은 2018년 1만7498개에서 2023년 2만7836개로 대폭 증가했다.
주요 유통기업 직원 수는 대부분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내부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중 이마트(2019년 2만5779명→2024년 2만4548명)와 롯데마트(1만2995명→1만343명), 홈플러스(2만2168명→1만9795명) 3사 모두 감소했다. 백화점의 경우 롯데백화점은 2019년 4962명에서 2024년 4286명으로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같은 시기 2870명에서 3178명으로 증가했다. 면세점은 모든 업체에서 줄었다.
문제는 유통업의 경우 입점 협력업체 종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 통계와 기업 공시자료에서는 이들의 노동시장 이동(입·이직, 채용)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각 유통업체 직영사원(직접고용 노동자) 규모만 확인 가능하다.
국내 주요 유통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주요 사업체 중 유노조 회사인 화장품 브랜드 판매 회사의 최근 인력 변화를 보면 대체로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기 대부분 매장 또한 감소했다. 하지만 백화점·면세점 구조 조정에 따른 브랜드 매장 철수, 희망퇴직 등 진행 과정에서 고용 유지 정책은 없었다.
아울러 백화점·면세점의 구조 조정과 매장 인력 부족 등 문제는 기본적인 노동 조건 또한 지켜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올해 2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업무량 과중 등 부담 증가 52.4% ▲고객응대 집중 불가 48.9% ▲업무 강도 증가 34% ▲연차 사용 어려움 31.5% 등으로 나타났다.
또 ▲급격한 일로 식사 중 매장 복귀 유경험 19.2%(월 1.9회) ▲인력 부족 등 매장 스케줄 변경 유경험 56.2%(월 1.4회) ▲1주일에 식사 또한 끼니 굶은 경험 1.3회(샤넬 면세 2.0회, 3회 이상 로레알 면세 16%) 등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했다.
유통 판매서비스직 여성 비율이 절대 다수(96.7%)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모성 보호 제도 이용률도 미흡했다. '유급수유시간' 항목 '사용못함' 응답자 비율은 86%에 달했고, '배우자 출산 휴가(72.3%), 임신 중 쉬운 업무로 전환 요구(52.5%) 등 또한 절반을 상회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체계적인 고용 전환 프로그램과 기술 재교육 등 다차원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독일은 대규모 구조 조정 과정 시 재정 지원과 같은 사회적 해고계획, 프랑스 사회적 고용보호(PSE) 및 회복 계획, 영국의 경우 맞춤형 기술 훈련 프로그램 등이다. 아울러 EU는 기업 인수 시 기존 고용 계약과 단체협약 조건을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등 고용보호 법률을 통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새로운 변화에 맞춰 사회적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고서에서는 먼저 '유통산업발전법'에 '고용 및 직업능력 향상' 관련 조항을 신설해 구속력을 강화하고, 고용노동부 차원의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해 업태별 고용 유지와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통산업발전과 고용지원 기금' 등을 수립해 유통업 내 생태계 조성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검토하고, 디지털화·무인화에 대응하기 위한 직무 전환과 직업 훈련(OJT, Off-JT), 전직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유통업 산업전환 과정에서 직무 전환 필요 영역은 정의로운 노동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해당 업 종에 여성 및 비정규직 일자리가 다수고 최근 플랫폼경제 확장을 고려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연동된 거버넌스 구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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