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 주석과 한국에서 회담”…길어야 1박2일 일정 소화할 듯
방한 전 이틀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뒤 일본선 2박3일 일정 소화
시진핑의 11년만 국빈 방한도 불투명…미중 정상 모두 경주 숙박 예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유력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방한해 길어야 1박2일 일정을 보내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APEC 본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경주가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로 활용되는데 그치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 측과 막판까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한국 방문 때 국내 조선소를 둘러본다면 이를 계기로 한미 간 결속을 다질 수 있겠지만, 교착 국면인 한미 관세협상에 압박을 가하는데 여념이 없는 트럼프 입장에서 이런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관세협상과 관련해 추석연휴에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4일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협의를 진행했고, 대통령실은 5일과 7일, 8일, 9일 관련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이번에 한미 간 대미 금융 패키지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데,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어떤 타결 혹은 급속적인 전환 이런 것들은 지금 말씀드릴 상황이나 단계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한국에서 회담할 것"이라며 방한 일정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자유무역 증진’이라는 APEC의 취지는 실리지 않았다. 다만 서로 상대국의 수도를 방문하는데 부담을 느낀 미중 양 정상이 APEC 참석을 명분으로 삼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으로선 내년 APEC 의장국으로서 경주를 방문할 이유가 있고, 트럼프는 마침 아시아 순방을 계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29일 일본을 방문해 새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를 만날 예정이다. 이후 29일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해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출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방한 일정은 그동안 혹시나 하는 기대를 모았던 깜짝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회동 가능성이 엿보였던 게 사실이다. 김정은이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앉을 수 있다”며 사실상 조건부 대화를 제안했고, 이에 백악관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있다”고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의 관심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종식에 쏠려있다. 10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트럼프만큼 노벨평화상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사람은 없다”면서도 “트럼프의 평화 노력을 비웃어온 이들조차도 이번 가자 전쟁 종식을 시도한 점은 트럼프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의자 높이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자 이를 도와준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5.10.2./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트럼프의 관심이 북한보다 가자 지구에 쏠려있는 상황인데다 최근 북중러 밀착도 북미 회동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0일 중국의 권력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참석한다.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계기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오른지 한달여만에 북한에서 김정은과 중국, 러시아의 2인자들이 열병식에 나란히 서는 것이다.

중국 총리의 방북은 2009년 원자바오 총리의 평양 방문 이후 16년만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008∼2012년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을 지냈으며, 2012년 푸틴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되자 2020년까지 총리를 지낸 바 있다. 북중러 최고위급이 평양에서 보이는 것은 APEC을 앞두고 ‘반미 연대’를 과시하려는 성격이 짙어서 북미 정상간 회동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계기 의장국인 한국을 찾는 만큼 이재명 대통령을 반드시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두번째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의 2014년 이후 11년만의 국빈방한 추진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중국이 서울 신라호텔 대관을 취소한 것은 시 주석의 방한 일정 조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 모두 경주에서 숙박할 것으로 보이고, 한중 정상회담도 경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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