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실장 연휴 내내 릴레이 통상회의…김정관, 美서 러트닉과 금융 페키지 등 협의
김 장관 다시 방미…구윤철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 계기 베선트 만날 듯
한국정부, MOU 수정안과 통화스와프 제안…아직까지 미측의 미측 답변 없는 듯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관세협상이 두 달 넘게 교착 국면인 가운데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열리는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 계기 협상이 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3500억 달러(약 486조원)를 직접투자이자 선불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인데, 대통령실의 3실장(비서실장·안보실장·정책실장)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과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연휴 내내 릴레이 통상회의를 이어갔다.  

김 장관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대미 금융 패키지 등 주요 통상 현안을 협의한 내용을 공유받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 장관은 6일 귀국길에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관세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답변 중 가장 긍정적인 답변으로 평가된다.

다만,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up front) 요구’에 대해선 “논의가 없었다”고 했고, 대미투자 패키지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되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APEC 계기 방한 전에 추가 협의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을 통해 “오늘 (통상)회의에서 김 장관의 방미 보고가 있을 것이다. 대미 금융 패키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한마) 양측이 이야기한 바가 있기는 하다고 한다”면서도 “어떤 타결 혹은 이후에 급속적인 전환, 이런 것들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나 단계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6./사진=연합뉴스

앞서 대통령실은 김 장관이 지난달 11~13일 방미해 러트닉 장관에게 대미 투자펀드 양해각서(MOU) 수정안을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일 언론인터뷰에서 “영문 5장 분량의 MOU 수정안과 함께 미국의 요구에 맞추려면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필요조건이라고 전달했으나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0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되,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진행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도 수입하기로 하는 등의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FTA 협정국인 한국은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관세가 0%였기 때문에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은 자동차 외에도 반도체, 철강 등 트럼프행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에 더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7월 한미 관세협상 타결 때 대통령실은 대미투자액 3500억 달러 대부분을 대출(Loan)과 보증(Guarantee)로 채우고, 직접투자 비율은 최대 5% 수준으로 책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8월 초 이와 완전히 다른 내용의 MOU를 보내왔고, 이후에도 미국측은 선지급 방식의 현금성 직접투자를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 달러와 관련해 “그것은 선불(up front)”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로선 무역협정에 실익이 없어진 셈이다. 

김용범 실장은 “8월 초 미국은 MOU 초안에 ‘캐시 플로우’(cash flow)라고 표현했는데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에쿼티(equity·직접지분투자)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동안 한미 간에 비공식적으로 다소 거친 말도 오갔다고 한다. 김 실장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 MOU안과 미일 MOU안을 같이 보내고 ‘일본은 이 안이 좋다고 하는데, 당신들은 왜 반대하냐’며 압박했고, 우리측은 ‘한국을 밟는다고 밟아지는지 한번 보라, 밟는 발도 뚫릴 것’이라는 말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9.16./사진=연합뉴스

김 장관과 대통령실의 발언을 정리해보면 우리가 보낸 수정된 MOU안과 한미 통화스와프 제안에 대한 미국측의 답변은 아직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장관은 이번 주말에도 방미해 추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구윤철 부총리는 이달 13일부터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미한 계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통화스와프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것은 다시 말하지만, 미국이 3500억불을 현금으로 먼저 받겠다고 나오는데 있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85%에 달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163억 달러(약 591조 원)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한국은 필요조건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했고, 이는 필요 시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달러화를 빌려올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미국은 통화스와프 문턱을 높여놓고 압박 중이고, 우리로선 지리한 협상을 이어가며 국내외 언론을 동원한 여론전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최근 야당에서 관세협상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대통령실은 10일 “아직까지 논의되는 건 없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힘 당대표는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국무총리, 통상 관련 장관이 참여하는 관세협상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정부 여당이 지금까지 관세협상 내용을 공유하면 지금의 위기를 넘기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당회의에서 “미국의 태도는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표시하는 국회 결의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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