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과세당국이 세금을 잘못 부과했더라도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다면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납세자가 낸 돈을 곧바로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는 없으며, 부당 과세에 대한 구제는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신한은행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한은행은 고객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좌를 개설한 뒤 이자 지급 시 일반세율(14%)을 적용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해당 계좌가 차명계좌라며 금융실명법상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 5000만 원을 추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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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
금융실명법 5조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의 원천징수 세율을 90%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신한은행은 세금을 납부한 뒤 "해당 계좌는 '실명에 의하지 않은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이 계좌를 비실명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또 설령 과세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징수 처분이 즉시 당연무효인지 여부였다.
1·2심은 신한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예금이 출연자가 명의자 이름으로 예금하고 반환청구권 역시 명의자에게 귀속시킨 단순 차명거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명의자가 직접 예금 계약을 맺은 이상 단순히 자금을 다른 사람이 댔다는 이유만으로 비실명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징수 처분이 잘못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로 당연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과세 처분이 당연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법 사유만으로는 부족하며,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여야 하고 그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했다.
대법원은 "과세 관청이 정한 세액과 관련된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곧바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징수 처분에 대해 전심 절차와 행정소송을 제기해 구제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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