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세계적인 강호 브라질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참패를 당했다. 브라질이 워낙 강하기도 했지만 홍명보호는 너무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23위)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랭킹 6위)과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0-5로 대패했다. 이스테방과 호드리구에게 각각 멀티골을 내줬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이로써 한국은 브라질과 역대 상대전적에서 1승 8패를 기록하게 됐다. 1999년 3월 한국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김도훈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한 승리이며 이후 이번까지 6연패에 빠졌다.

10월 A매치 첫 경기에서 브라질에 완패를 당한 한국은 오는 14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파라과이와 맞붙는다. 파라과이는 이날 일본 원정 친선경기에서 2-2로 비겼다.

   
▲ 손흥민이 브라질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 경기 출전으로 한국 선수 가운데 A매치 최다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편 손흥민(LAFC)은 선발로 나서며 A매치 137번째 경기에 출전, 차범근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이상 136경기)을 제치고 한국대표팀 A매치 개인 최다 출전 단독 1위에 올랐다. 2010년 12월 시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뒤 약 1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또한 이재성(마인츠)은 이날 자신의 A매치 100번째 경기에 나서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2015년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한 이재성은 한국대표팀 역대 18번째로 센추리클럽 회원이 됐다.

이런 의미있는 일전이었지만 브라질을 상대한 대표팀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홍명보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손흥민이 원톱에 배치됐고, 이재성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양 측면에 포진했다. 중원에서는 백승호(버밍엄)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호흡을 맞췄고,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즈베즈다)가 양쪽 측면 윙백으로 나섰다. 3백은 김주성(산프레체히로시마)-김민재(바이에른뮌헨)-조유민(샤르자FC)으로 구축했으며, 골문은 조현우(울산 HD)가 지켰다.

브라질이 경기 초반부터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조금씩 끌어올리더니 전반 1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호드리구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든 뒤 기마랑이스에게 패스했다. 기마랑이스가 절묘한 침투 패스를 보내자 이스테방이 문전에서 침착한 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리드를 잡은 브라질은 강력한 압박으로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현란한 개인기로 찬스를 만들어나갔다.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프리킥에서 가세미루의 헤더가 한국 골문을 안으로 꽂혔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몰리면서 브라질 골문 쪽으로 향하는 볼은 거의 없었다.

공세를 퍼붓던 브라질이 전반 41분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비니시우스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찔러준 패스를 호드리구가 절묘하게 흘렸다. 이 볼을 카세미루가 왼쪽으로 돌아 뛰는 호드리구에게 재차 패스를 건넸다. 호드리구는 슛 찬스를 잡자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 전반만 뛰고 교체된 황인범. /사진=대한축구협회


0-2로 뒤진 채 후반을 맞자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 대신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투입하며 반격을 꾀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 2분 만에 김민재의 실수로 추가 실점했다. 김민재가 위험지역에서 볼 컨트롤 미스로 이스테방에게 볼을 빼앗겼고, 이스테방은 바로 슈팅을 해 멀티골을 집어넣으며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당황한 한국이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또 골을 내줬다. 이번에는 백승호가 패스를 받다가 빼앗긴 볼로 역습을 당했다. 비니시우스의 패스를 받은 호드리구가 차 넣으며 역시 멀티골을 기록했다.

4골 차로 벌어지자 한국 선수들도 조금씩 분발하기 시작했다. 후반 13분 백승호-이태석-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로 모처럼 브라질 수비진을 흔들었다. 슈팅으로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이미 승부가 기울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18분 김민재, 이재성, 손흥민을 빼고 박진섭, 김진규(이상 전북현대), 오현규(헹크)를 교체 투입했다. 김진규가 투입 직후 중거리 슛을 시도했는데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31분에는 백승호 대신 원두재(코르파칸)가 들어갔다.

후반 32분 한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로 브라질이 역습 기회를 얻었다. 만회골을 위해 한국 수비들이 전진해 있어 비니시우스의 빠른 역습을 막을 수가 없었다. 비니시우스가 폭풍 드리블 후 따라붙는 수비를 띠돌리고 깔끔하게 골을 집어넣었다. 브라질의 다섯번째 쐐기골이었다.

   
▲ 이강인이 브라질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36분에는 이강인이 빠지고 이동경(김천상무)까지 투입해봤으나 끝내 한국의 볼은 볼 수 없었다.

한국이 브라질에 8패를 당하는 동안 5골 차로 진 것은 처음으로 최다 점수 차 패배를 기록했다. 종전까지는 2022년 6월 맞대결에서 1-5로 진 것이 브라질전 최다 점수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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