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전기차 판매 전년비 67%↑…수입 EV 점유율 43%
BYD·지커·샤오펑까지…중국 브랜드 한국 진출 가속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가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보급형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본격 유입되면서 가격·원가 경쟁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계는 보급형 라인업 확대, 배터리 내재화 등 비용 절감 전략을 서두르는 동시에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5만3195대로 전년(9만1630대) 대비 약 67% 증가했다. 이 중 수입 전기차는 6만6491대로 전년(3만8433대)보다 73% 늘었고, 국산 전기차는 8만6704대로 63% 증가했다. 수입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43.4%로 1.4%포인트 상승했다.

   
▲ BYD코리아, BYD Auto 스타필드 시티 명지 부산 전시장 오픈./사진=BYD코리아 제공

◆ '가격 전쟁' 선봉에 선 중국 전기차…보급형 EV 시장 재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등록 대수는 약 946만9000대로 지난해 동기(718만4000대) 대비 31.8% 증가했다.

이 가운데 BYD는 199만8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2.4% 성장,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리그룹은 71.3% 급증한 96만 대로 2위, 테슬라는 13.2% 감소한 72만1000대로 3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그룹은 29만5000대를 판매해 7위를 유지했다.

중국 브랜드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부 보급형 모델은 경쟁사 대비 수백만 원 낮은 가격 책정을 감행하면서, 대규모 생산과 부품 내재화로 확보한 원가 우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BYD의 전기 SUV '아토3'는 올해 1월 출시 후 8월까지 누적 판매량 1764대를 기록,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3위에 오르며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본형 3150만 원, 플러스 트림 3330만 원으로 일부 지자체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2000만 원 후반대까지 낮아진다. BYD는 이후 세단 '씰'과 SUV '씨라이언7'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커 역시 지난 2월 한국 법인을 세우고 아우디코리아 전 대표를 영입하는 등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도 한국 법인 엑스펑모터스코리아를 설립하면서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중국 3대 브랜드의 진출로 국내 전기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원가 절감·브랜드 가치 강화 병행…'가격 전쟁' 속 생존 전략 가동

국산 완성차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아 EV3가 대표적 사례로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워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문턱을 낮추되 브랜드 신뢰를 유지하는 균형 전략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소비자 인식도 '가성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EV트렌드코리아가 80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충전 인프라 개선보다 차량 가격 인하를 더 기대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전기차 구매 시 가장 큰 고려 요인은 가격(28.1%)이었으며, 이어 주행거리(22.6%), 보조금(17.8%)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수다. 완성차업계는 배터리 내재화, 부품 현지화, 플랫폼 공용화, 모듈화 등을 통해 단위 원가를 낮추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원가 우위를 확보한 만큼, 국내 업체들도 공급망의 원가·품질·납기 조건을 동시에 최적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축은 브랜드 경쟁력이다. 단순 가격 인하 경쟁을 벗어나기 위해 전용 플랫폼 기반의 디자인, 주행 효율성 개선, 차량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품질 강화 등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가격'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장기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비용 효율화와 함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한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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