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9월말 대규모 인사로 인적 쇄신, LG생활건강도 대표 교체 ‘강수’
내수경기 악화, 불확실성 확대 대응 위해 주요기업 조기 인사 가능성에 무게
세대교체 바람에 40대 임원↑…롯데 3세 신유열·CJ 4세 이선호 인사도 주목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내수 부진 장기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며 위기 대응을 위한 유통기업들의 인사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조기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롯데와 CJ도 조기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롯데·CJ·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전경./사진=각 사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통가 대기업들은 평년 대비 한 달 가량 이른 시점에 정기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26일 작년보다 35일 빠르게 임원인사를 발표했으며, LG생활건강도 이달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은 성과주의 기조를 강조하며 8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위기 극복과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면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신임 임원으로 선임된 32명 중 14명이 40대로, 전체 임원 중 40대 비중이 16%까지 늘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LG생활건강도 이례적으로 임기가 6개월 남은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외국계 기업 출신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사업 재정비 및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유통 기업들도 내수경기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근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인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임 경영진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고,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다. 재계에서는 연휴 이후 열리는 국정감사와 이달 말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마무리되는 11월 초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도 올해 비상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예년보다 인사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4년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인사를 실시해 왔지만, 올해는 이보다 이른 11월 초에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이 작년보다 한 달 앞당겨졌다는 점도 조기 인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롯데 챔피언십은 그룹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파트너사가 매년 모이는 자리로, 사업 현안 등이 폭넓게 논의되는 장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 미팅의 성격을 겸하는 만큼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체 계열사 대표의 36%에 달하는 2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 쇄신을 단행했다. 롯데온,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에 이어 지난 4월 롯데웰푸드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실적이 부진한 백화점·마트 점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비상경영을 본격화한지 1년여가 지났지만, 올해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이례적으로 1박2일간 진행하는 등 여전히 엄중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롯데 3세’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의 보폭 확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CJ그룹은 최근 이재현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사업 확대에 나선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K웨이브를 놓치면 안 된다”면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을 거듭 강조해 왔다. CJ그룹은 통상 11~12월 사이 인사를 실시해 왔지만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2022년 10월24일에, 2024년 정기 임원인사는 당해 2월에 발표하는 등 일정 변동이 상대적으로 컸다. 인사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조기 인사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히 올해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이 6년 만에 지주사 경영에 복귀하면서 정기 임원인사 향방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1980년대생 신임 경영리더 12명을 발탁하고, 그룹 최초로 90년대생 대표를 선임하는 등 ‘세대 교체’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트렌드 중요성이 큰 식음료·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중심으로 젊은 인재를 중용하며 그룹의 다각화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올해 인사에서는 이 같은 젊은 리더십 재편이 ‘4세 경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통상 11월 초에 인사를 단행했던 만큼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이보다 조금 빠른 10월31일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안정 속 변화 추구’ 기조 아래 주력 계열사 대표는 유지됐지만, 현대면세점과 현대이지웰, 지누스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대표는 교체됐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백화점 실적이 성장세에 접어들고, 면세점 체질 개선과 지누스 흑자전환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인사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부터 글로벌 통상 환경 변수까지 불확실성이 너무 큰 시기여서 위기관리와 적시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새로 부임한 대표가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경영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일정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 만큼, 평소보다는 인사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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