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메모리 패권 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를 선보이며 한발 앞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을 이르면 이달 중 납품할 것으로 관측되며, 수율 개선과 후공정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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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반도체 로봇 이미지. /그래픽=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2일 업계에 따르면 ‘AI 큰손’으로 불리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성능 GPU 생산을 확대하면서 HBM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기존 D램보다 속도가 5배 이상 빠른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무게추도 양산 규모보다 기술 완성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난도 적층 공정과 패키징 기술력이 성패를 가르는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특히 HBM 수요의 약 64%를 차지하는 엔비디아향 공급 물량이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단순 메모리가 아니라 AI 생태계의 핵심 부품”이라며 “GPU 수요가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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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왼쪽)./사진=SK 제공 |
◆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개발 완료…시장 1위 굳히기
SK하이닉스는 최근 6세대 HBM인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3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했으며, 주요 공급사인 엔비디아와 막바지 물량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납품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이번 HBM4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 모두에서 기존 제품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됐다.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됐으며, AI 시스템에 적용 시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높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HBM4 개발에 성공한 하이닉스의 조기 양산 전략이 엔비디아·AMD·인텔 등 주요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HBM3E 12단 제품 공급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 AI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 10일에는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300조 원을 돌파하며 ‘메모리 초격차’ 상징 기업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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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 삼성전자, HBM3E 납품 임박… 초격차 회복 ‘속도’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올라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공식 확인은 없지만, 현재 양사 간 발주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이달이나 내달 중 초도 물량이 납품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주요 HBM 공급처인 AMD와 오픈AI가 최근 대규모 GPU 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협력 효과도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다만 고객 관련 사항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범용 D램 가격 반등 역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3분기 들어 DDR4 평균판매단가(ASP)가 DDR5를 추월하는 가격 역전이 발생했다. 서버용 고성능 D램 생산 비중이 늘면서 범용 제품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그동안 수율 문제로 다소 뒤처졌던 삼성은 TSV(실리콘 관통 전극) 적층 기술과 테스트 공정 효율화를 통해 생산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반도체 후공정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미국과 한국 내 라인 투자를 병행하며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내년 HBM4 양산 시점을 놓치게 될 경우, 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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