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수요 몰리자 김해공항 ‘황금노선’ 부상… LCC들 잇단 진입
에어부산 조정력 약화에 신규 취항 봇물…시설료 감면으로 진입장벽도 낮아
단기 호황 뒤엔 운임경쟁·공급과잉 우려…‘제2의 인천 출혈전쟁’ 되나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부산발 국제선 노선을 대거 확장하면서 김해공항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인천·김포공항의 경쟁으로 ‘출혈경쟁’이 심화되자 지역거점 공항이라는 점이 LCC들에게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로 평가되면서다. 하지만 이 역시 항공사들이 우후죽순 진입할 경우 출혈 경쟁과 운임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 김해국제공항 전경./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해공항의 여객 수요는 최근 3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운항편수는 6만1733편, 여객 약 1000만 명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8만2185편·1360만 명, 2024년에는 9만4870편·1565만 명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수요 회복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영남권 대표 관문으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김해공항은 인천, 김포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을 뿐 아니라 부산·대구 인근 지역민이 안정적인 이용수요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더해 일본 주요 도시(후쿠오카·오사카·삿포로 등)와의 운항 거리가 타 공항보다 짧아 연료비와 항공기 운항 비용 절감 또한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일 항공기 기준으로 왕복 운항 시 연료 비용을 최소 3%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LCC 입장에서 김해공항은 비용 효율성과 노선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LCC들도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김해발 노선을 증편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6일부터 부산~삿포로·후쿠오카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이스타항공도 같은 날 부산~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노선을 개설하며 김해 거점 항공기를 6대 신규 등록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역시 지난 7월 부산~상하이(푸둥) 노선을 신규 취항하며 중국 무비자 여행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부산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영향을 받는 점이다. 그동안 에어부산은 부산발 운수권을 상당 부분 보유하며 LCC 간 경쟁을 조절하고 지역 기반 노선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통합 과정 간 노선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선 확장을 줄이자 여러 LCC가 부산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한국공항공사 역시 김해공항 신규 노선 취항과 증편 항공사에 대해 시설사용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단기적인 진입 장벽 역시 낮다. 

업계에서는 결국 부산발 국제선 운수권이 확대될수록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며 결국 공급 과잉과 운임 경쟁으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례로 유럽에서는 라이언에어와 이지젯이 지역 2~3차 공항을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를 확장했지만, 단기적인 트래픽 증가는 장기적으로 공항 의존도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영국 University of Huddersfield 교통연구(2016) 보고서는 “LCC의 지역공항 확장은 단기적으로 트래픽을 늘렸으나 장기적으로 수요 분산과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해공항은 분명 LCC에게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향후 행보는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며 "항공사들이 노선 차별화와 공급 조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김해공항은 ‘부산발 LCC 허브’로 자리잡거나, 단기적 호황 이후 과잉 경쟁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