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특별주의보 발령…11개 주 여행 자제 권고
항공업계 "가시적 변화 없어…상황 주시하며 면밀 모니터링"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며 여행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과 함께 해외여행 수요를 이끌어온 동남아 노선에 대한 기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항공사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는 아직까지 가시적 변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수요 흐름에 대한 경계심은 높아지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포함한 주요 11개 주에 대해 '특별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일반적인 여행 자제(2단계)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실질적으로는 여행 자제를 넘어선 경고 조치다.

경보 대상 지역은 웃더민체이·프레아비히어·반테이민체이·파일린·바탐방·푸르사트·코콩·시하누크빌·캄폿주 보코산 일대, 바벳시, 프놈펜 등이다. 외교부가 특정 국가 전역에 이 같은 특별주의보를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몇 달 사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이 급증하면서 정부 차원의 실질적 경고에 나선 것이다.

   
▲ 대한항공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제공


외교부와 경찰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2년 20건 안팎에서 2024년 220건, 올해 8월 기준 330건을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1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한국인이 납치·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심각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고수익 해외 취업'이나 '투자 리딩방' 등을 미끼로 현지에 유인된 뒤 범죄조직에 감금됐다. 현지 한인 사회도 일반 관광객이 무작위로 피해를 본 사례는 드물다며 과도한 공포 확산을 경계하고 있지만,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방콕 가려고 했는데 취소할까 고민된다", "베트남도 위험한가요?" 등 동남아 여행에 불안감을 표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항공업계는 현재까지 눈에 띄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을 취재한 결과, 캄보디아 사건 이후에도 동남아 노선 예약 및 탑승률에 큰 변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캄보디아 정기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으며, 태국·베트남 등 캄보디아 이외 동남아 노선은 정상 운항 중이다. 당장 운항편이나 기재 계획을 변경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항공사들도 상황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 사건을 포함한 국제 및 국내 이슈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항공사도 탄력적으로 대응이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어 현지 동향과 예약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장기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행업계는 예정됐던 캄보디아 여행 상품 출시를 전면 보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일부 동남아 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당분간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동남아 지역의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노선 추진도 늦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여행 수요가 유지되고 있지만 불안 심리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항공업계의 국제선 수요는 일본과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 특히 동남아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주요 수익원이자 효자 노선으로 꼽혀왔다. 만약 동남아 여행 기피 현상이 장기화되면 항공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동남아 수요가 일본으로 쏠리며 노선 간 편중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환율 효과와 치안 안정성으로 이미 수요가 과열된 상태인데 동남아 수요가 위축되면 일본 노선에 더 과밀하게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시엠레아프·프놈펜·시아누크빌·톤레삽 호수 등 주요 관광지를 보유한 캄보디아 정부는 관광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과 신흥 관광지 개발에 주력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안전한 여행지'로서의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캄보디아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인천-시엠레아프' 직항 노선이 아직 재개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실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업계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전반에 대한 여행 심리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항공업계의 수익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특히 LCC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익 기반"이라며 "수요 감소가 장기화되면 노선 재배치는 물론 사업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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