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세 주도…신용융자잔고 23조원까지 불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들의 상승에 힘입어 또 다시 랠리를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에 기반한 장세가 펼쳐지면서 종목별 흐름도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개인으로서는 대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국면에서 향후 주가 변동성이 계속 커질 경우 이미 꽤 높은 단계까지 올라온 신용융자잔고가 '반대매매'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들의 상승에 힘입어 또 다시 랠리를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각종 대외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미국 나스닥 지수가 3% 넘게 급락하는 등 우려 요소가 있었지만, 주말을 거치며 재료를 흡수한 뒤 개장한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뒤이어 이날 오전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은 국내 증시에 또 하나의 긍정적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측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1000억원 수준으로 발표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3년 만에 최대 실적임은 물론 '10조 클럽'에 재입성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일인 이날 오후 현재 하락 중이다. 그러나 낙폭은 전일 대비 1%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모습이다. 즉, 하단에서 지지해주는 매수세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7만원 밑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9만2000원선을 오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8월말 26만원대에서 현재 41만6000원 선까지 올라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장세에는 여러 특성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두 대형주가 국내 증시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작 지수는 오르는데 두 종목 이외의 종목 상승률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경우가 종종 생긴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한 국내 증시의 흐름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마치 자신의 포트폴리오에만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소위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정서를 느끼기에 좋은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대세 상승장에서 자신만 소외됐다는 생각 때문에 투자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나는 현상에도 비슷한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신용융자잔고는 증권사로부터 매수 대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후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지칭한다. 최근 같은 유동성 장세에서 신용융자잔고 증가는 오히려 상승의 한 과정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빚투' 리스크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면에선 유심히 살펴봐야 할 지표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15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6월 하순 20조원을 넘긴 이후 지난달 26일엔 23조5378억원까지 불어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휴 전이었던 지난 2일 기준 신용융자잔고 또한 23조3413억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상당히 클 것이기에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주부터 글로벌 증시에서도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펼쳐지기 때문에 주요 일정들이 수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지 시간으로 15일 ASML 실적이 발표되는 것을 필두로 16일엔 대만 TSMC 실적이 발표돼 반도체주들의 수급에 다시 한 번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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