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9.7 공급대책에 따라 '직접시행' 방식으로 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이미 인력과 재무 여건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직접 시행은 공급 속도 저하와 추가적인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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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속 여야 의원들은 LH의 직접 시행 확대가 △시장 중심 공급 위축 △민간 건설사 참여 저하 △부채 및 재정 부담 심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 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LH가 독점적으로 공급을 맡는 구조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공급 속도를 늦추며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9.7대책의 핵심은 속도전인데, 현재 LH가 추진 중인 자체 주택은 7만7000호 수준이고, 2020년 이후 미착공 주택이 17만 호에 달한다"며 "인력과 재무 여건이 한계에 달한 상태에서 직접 시행을 확대하면 품질 저하와 사업 지연이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도 "LH가 직접 시행할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가 향후 주택 공급 핵심 기관이 될 텐데, 수도권 공공주택 10곳 중 7곳은 삽도 뜨지 못했다. 인허가 후 4년이면 착공 가능하다고 하는데, 왜 여전히 지연되는가"라고 질의했다.
착공 지연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보상과 문화재 조사 등으로 일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신속 공급 의지는 정부와 LH 모두 맞지만, 신규 공급은 토지 사용 시기 단축에 달려 있다. 일정 관리를 LH로서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축직 인력 확보 등 9.7대책 이행 필요사항을 장관에게 전달했고, 정부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LH 주택토지실장은 "135만 호 공급 계획은 향후 5년 중장기 계획과 맞물려 있으며, 실무 협의를 통해 물량을 준비했다. 차근차근 착공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 건전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LH 부채가 올해 160조 원을 넘어섰고, 2029년에는 260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직접시행 확대는 매출 감소와 투자 증가를 동시에 불러, 부채가 2029년 30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9년까지 주택 용지 판매로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초)예상했던 수입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이 사장은 "2030년까지 매년 최소 5조 원 이상은 기채 발행액이 더 증가하는데 5년 동안 25조 원 정도 기채 발행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LH가 택지 매각을 멈추고 직접 공급에 돌입하면서 15조 원 가량의 택지 매각 수입이 없어지고, 향후 5만3000호의 착공에 20조 원 남짓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필요한 채권 발행 증가분이다. 중장기적인 재무 안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개혁위원회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자비용으로 매년 수조 원이 지출되는 상황에서 공공 역할 강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정점식 의원 질의에는 "직접 시행이 공공성 강화에는 부합하지만, 정부 재정 지원 없이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민간 참여 유인책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윤재옥 의원은 "정부 공급 계획 연 증가분 11만2000호 중 LH 몫이 48.2%다. 도급형 민참사업의 경우 수익 보장이 안 되면 국민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건설사가 참여를 하겠나"고 꼬집었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민참사업 추진 결과를 보면 10대 건설사들이 상당수 참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공사비의 적정성, 공사기간 적정 보장 등을 통해 도급형 민참사업에 A급 브랜드 건설사의 참여를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전관 카르텔'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 퇴직자 현황 시스템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이후 LH 사업을 수주한 91개 업체에 LH 퇴직자 483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이들 업체의 1년간 수주 사업은 총 355건, 수주금액 8096억 원에 달했다.
LH는 2009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4700명의 퇴직자가 발생했고, 연평균 270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 가운데 10%가 최근 1년간 LH 사업을 수주한 업체에 재직 중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퇴직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현행 전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은 제재 대상에서 빠져 실효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정준호 의원은 "부실시공으로 제재받은 업체들이 여전히 집행정지를 이유로 수주에 참여하고 있고, 전관업체가 90여 곳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장은 "법적 제약이 있지만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법령의 한계가 있다고 해도, 대규모 사업 수주는 내부적으로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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