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관세 충격 30% 완충…수입차 업계, 실적 악화 불가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 등은 고환율 덕에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수입차 업계는 수입 대금 부담 증가와 가격 인상 압박으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대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현대차·기아, 고환율로 관세 타격 일부 완충

시장에서는 1400~1450원대 '박스권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수출 대금이 달러로 유입되기 때문에 원화 환산 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만큼 고환율은 미국 관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2000억 원가량 늘어난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환율이 1% 변동할 때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변동 폭은 각각 3.3%, 3.4%"라며 "현재 환율이 유지되면 관세 타격의 30%는 환율로 만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율 효과는 미국 관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상쇄하면서 단기 실적 방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수출 물량이 많은 북미 시장의 경우, 달러 강세가 판매 마진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수익성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평균 1453원이었던 지난 1분기 현대차는 6000억 원이 넘는 환율 효과를 봤다.

다만 고환율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결산 시점 환율이 높으면 외화 평가손실과 판매보증충당금 증가 등 회계상 비용이 불어나고, 부품 조달비와 현지 생산비도 상승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단기 방어막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라며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비용 구조 왜곡으로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입차 업계 '부담'…가격 인상·판매 위축 불가피

수입차 업계는 고환율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본국 본사에 달러나 유로화로 차량 대금을 송금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기준 수입 대금이 커진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까지 겹치며 '3중고'가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별로 환율 영향을 받는 정도는 다르다. 국내 판매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충격이 크다. 한국GM(쉐보레·캐딜락), 스텔란티스(지프·푸조), 포드, 혼다, 테슬라 등은 대부분 본국 통화로 결제해 환율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반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은 원화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 원화 결제 시스템은 환율 변동에 대한 부담을 수입차 본사가 감당한다.

브랜드별 차이는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입차 업계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 상황과 경쟁 모델을 고려해 판매 가격을 정하지만 환율 부담이 누적되면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동결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본사에서 한국 내 판매 가격 인상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치면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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