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비율 미준수 제재액 월평균 4천억…하나-신한-우리 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가운데,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대출의 비중이 중소기업에서만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약 20% 이상 급증했는데, 중소기업대출에서 비롯된 영향이 큰 모습이다. 은행권이 '이자장사' 비판 속 '건전성 관리'라는 숙제도 떠안고 있는 만큼, 경영상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군)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업종별 대출금의 무수익여신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무수익여신 규모는 총 12조 4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조 5952억원 대비 약 22.9%(2조 8565억원) 급증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가계대출이 2조 2785억원에서 2조 9942억원으로 확대됐고, 기업대출도 7조 3167억원에서 9조 4575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가운데,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대출의 비중이 중소기업에서만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약 20% 이상 급증했는데, 중소기업대출에서 비롯된 영향이 큰 모습이다. 은행권이 '이자장사' 비판 속 '건전성 관리'라는 숙제도 떠안고 있는 만큼, 경영상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무수익 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돼 원금·이자 회수가 모두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채권을 뜻한다. 최근 무수익 여신은 기업대출에서 두드러졌는데, 주로 중소기업대출에서 비롯됐다. 실제 중소기업대출의 무수익여신은 7조 4367억원으로 전체의 59.7%를 차지했다. 기업대출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 무수익여신 비중은 약 78.6%에 달한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75.0%보다 약 3.6%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여파로 은행권의 부실채권(NPL)비율과 원화대출 연체율 등 건전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NPL비율은 0.59%로 1년 전 0.53% 대비 약 0.06%p 상승했다. 7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도 전년 동월 대비 0.10%p 상승한 0.57%를 기록했다.

이에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의 일환으로 최근 부실채권(NPL)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총 2조 15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1조 7968억원 대비 약 12.2% 급증했다. 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 44% 급증한 5371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고, 우리은행도 약 20.4% 증가한 5080억원의 채권을 매각했다. 하나은행은 5737억원에서 5917억원으로 약 3.1% 증가했다. 

은행들이 기업들로부터 대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다보니 건전성 관리의 일환으로 부실채권을 캠코 등의 전문 취급 기관에 헐값에 대거 매각한 셈이다. 

이미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은행으로선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가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실제 이 같은 문제로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꺼리면서 한국은행으로부터 부과받는 제재금액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은 중소기업대출 비중을 못 지킨 문제로 올 상반기에만 2조 4858억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한국은행의 여신운용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금융자금 대출 증가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에게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은행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한은이 각 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차감하는 식으로 제재한다.

이에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비율 미준수에 따른 제재액은 지난해부터 월평균 4000억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이 올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2345억원의 제재액을 기록해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548억원, 우리은행 429억원 순이었다.

추 의원은 "연체율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빨리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대출일수록 연체율 관리가 더욱 까다롭기 때문에 구조적 특성을 감안해 보다 세심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면서도, 건전성 관리 기준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함께 마련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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