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잇따른 해킹 사고에 후폭풍을 겪고 있는 통신 업계가 AI(인공지능) 사업에 집중하며 위기를 돌파하고 나선 모습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침체된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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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79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조2434억 원) 대비 37.3% 줄어든 수치로, 통신3사의 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조 원이 안되는 것은 KT의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반영된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특히 지난 4월 대규모 해킹 피해를 겪은 SK텔레콤(SKT)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폭락할 것이란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T는 해킹 사태 대응 차원에서 올해 3~4분기에 500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을 실시한다. 해킹 후폭풍 관련 주요 지출이 하반기에 집중된 만큼 실적 하락세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SKT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1348억 원 규모의 과징금도 비용으로 처리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보안 사고 이슈가 하반기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경우 지난달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과방위 위원들이 KT를 향해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질타한 만큼, 관련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SKT의 선례가 있는 만큼 KT 역시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거론된다.
LG유플러스도 최근 해외 보고서에서 해킹 의혹이 제기되면서 통신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AI가 해답… 국가 경제력 측면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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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
이 가운데 통신3사는 실적 반등을 위해 AI 관련 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금융·공공부문 AX(인공지능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매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나선 모습이다.
SKT는 지난달 AI 서비스 '에이닷(A.)'에 자체 개발 LLM(거대언어모델) '에이닷엑스(A.X)'의 최신 버전인 'A.X 4.0'을 도입했다. A.X 4.0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이해도에서 높은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어 능력 평가 지표 ‘KMMLU’에서 78.3점, 한국어·한국문화 벤치마크 ‘CLIcK’에서 83.5점을 기록해 GPT-4o(72.5점·80.2점)을 상회했다.
SKT는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울산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며 국가 AI 인프라 조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KT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통한 AI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KT는 지난달 MS(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 'SOTA K built on GPT-4o'를 선보였다. 또 메타의 오픈소스 LLM '라마(Llama)'를 통해 개발한 '라마 K'를 공개했다. KT는 두 모델 모두 한국어 능력을 특화시킨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KT는 자체 개발 AI 파운데이션 모델 '믿:음 2.0'을 기반으로 법률·안전·의료·교육 등 분야에서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 등과 엑사원(EXAONE) 3.5 기반의 온디바이스 sLM(소형 언어모델)을 개발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AI 통화 앱 익시오(ixi-O)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LG AI연구원, 옵트에이아이와 함께 지속적인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을 통해 지난 7월 출시된 '엑사원 4.0'도 온디바이스 sLM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AI 앱 보이스피싱 예방 기술을 통해 광주경찰청과 '보이스피싱 안심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 수주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인 통신시장에서 AI 등 신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업인 통신과 중요 가치인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AI 기술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포화 상태에 도달한 지 오래"라며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나 경쟁력 측면에서도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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