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논란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이 증인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질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15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김현정 의원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홍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1980년대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했는데 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재무제표상 보험계약부채로 잡지 않고 별도 항목인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적립해두고 있다. 이 금액은 8조9458억원에 달한다.

   
▲ 사진=삼성생명


이는 2022년 12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당시 금감원이 예외적으로 인정한 방식이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K-IFRS 1117호 시행에 따른 계약자지분조정의 재무제표 표시에 대한 질의에 “계약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예외적용이 가능하다”면서 기존처럼 계약자지분조정을 적용하는 ‘일탈회계’를 허용했다. IFRS17은 향후 계약자에게 지급할 금액을 ‘시가’로 계산해 보험부채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1980년대에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현재 수십조로 불어났으나 현재까지 매각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 지분 가치를 부채로 인식하지 않은 채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활용해왔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이에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이 막대한 평가이익에 대해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으로 회계장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회계기준에 맞지 않고, 보험업감독규정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규정도 없어서 삼성 특혜라는 논란이 있다”고 꼬집었다.

계열사의 주식 평가를 하는 방식이 현 국제회계기준에 의하면 공정가액, 즉 시가 기준으로 하게 돼 있는데 보험업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돼 있는 보험업 감독규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월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보유한도도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본질적인 문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있고 삼성생명이 사실상 지주회사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고 법적으로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도 삼성생명 회계처리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일탈회계 정상화' 방침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다만 삼성생명은 유배당결손을 근거로 주식 매각이익에 대한 배당 책임을 제한하는 ‘배당 불가’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배당결손이란 과거 고금리 시절 판매했던 유배당 보험상품의 운용수익률이 약정이율에 미치지 못해 발생한 누적 손실을 의미한다.

김현정 의원은 “금융당국이 ‘일탈회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회계 투명성과 계약자 보호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러나 삼성생명이 배당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면 계약자 몫의 보험부채 인식, 삼성화재 지분법 적용 등 항목에서 IFRS17의 원칙들과 충돌하며 지속적인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투자자산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로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에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개별 회계 처리에 대한 해석을 넘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들이 국제회계기준과 충돌하며 사회적 갈등을 이어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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