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익명으로 남겨진 여성들을 다 같이 호명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제32회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 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양주연 감독이 데뷔작 '양양'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영화 '양양'은 늦은 밤 걸려온 아빠의 전화 한 통으로 고모 ‘지영’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주연’이 지워진 그의 흔적과 함께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이름들을 발견해 나가는 호명 다큐멘터리다.
지난 14일(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양양'의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양주연 감독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 영화의 기획부터 가족들과의 촬영 과정 등 비하인드를 직접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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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영화 '양양'의 양주연 감독. /사진=영화사 금요일 제공 |
양 감독은 가족이 외면했던 존재인 ‘고모’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 이 영화를 찍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하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고모’는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고모처럼 되지 말라’는 아빠의 말과 함께 그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스스로 ‘고모’를 응시하는 데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뒤로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털어놓았을 때 친구들 역시 그런 가족이 있다는 반응들을 해왔는데, 그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걸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 확신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자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 가독은 “가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더 확장된 이야기를 영화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가족들에게 질문했다. 극 중 처음 인터뷰를 하면서 아빠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라며 영화의 시작에 대해 회상했다.
양 감독은 영화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물론 가족들이 (‘고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긴 했지만,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마음 한편에 당신들의 딸이 필름 메이커로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여러 이야기를 꺼내는 존재라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카메라를 외면하지 않고 대답을 해주셨다”라며 촬영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양양’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처음 ‘양양’이라고 한 이유는 ‘고모’의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양 씨 집안의 여성’이라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모’를 호명하기 위한 나름의 방식으로 붙였던 이름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드는 여정 안에서 조금씩 그 의미가 달라졌다. 영화 제작 중후반에 가서는 내 이야기가 점차 들어가면서 ‘고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양주연’의 이야기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양’지영과 ‘양’주연 두 여성의 이야기를 줄여서 ‘양양’이라는 의미가 생겨났다”며 고모 ‘지영’의 이야기를 통해 삭제된 수많은 여성들의 서사를 함께 복원하는 영화의 메시지와 맞닿은 제목의 의도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호명 다큐멘터리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 '양양'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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