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제재를 본사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선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조치가 국내 철강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 역시 힘을 얻고 있다.
|
 |
|
▲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운반선인 SK해운社의 ‘레브레사(LEBRETHAH)’호 운항 모습./사진=한화오션 |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계열사(한화쉬핑,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에 대해 ‘모든 형태의 거래·교류 금지’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 USTR이 중국을 상대로 징수하기 시작한 항만 수수료(Port Fee) 때문이다. 같은 날 미국은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이 자국 항구에 들어올 경우 톤당 최대 50달러(약 7만2000원)의 항만 서비스 요금 부과를 전일부터 시작했다.
다만 이번 제제 조치는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한정되면서 여파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제재가 한화그룹이나 한국 조선산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재 대상인 5개사 중 실질적인 영업활동이 있는 기업은 한화해운과 한화필리조선소 정도인데, 이들은 중국과 인적·물적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제재가 확대될 경우 피해가 전무하지는 않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규제에 대해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을 적극 검토하며 무역 전쟁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제재를 본사까지 확대한 뒤 조달 경로를 막을 경우 한화오션은 대체 공급처를 국내 철강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단기적으로는 조달 단가 상승을 불러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산화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현재 선박 건조에 필요한 후판의 약 20%를 중국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의 골격을 이루는 핵심 강재로 두께 6mm 이상의 고강도 소재가 사용된다. 품질과 두께, 가공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며 원가 비중 또한 높다. 여기에 일부 기자재 역시 중국 업체를 통해 들여오고 있어 제재 확대 시 공급망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실제 조선용 후판 시장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지며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제재 확대로 조선사들의 후판 공급망이 줄어들면 국내 철강사로 수요가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거제와 울산 등 조선소 인근에 후판 전용 공급라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대제철 역시 조선용 후판 전용 압연공정 개선을 추진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낮아질수록 국내 공급 안정성이 높아지고 이는 조선-철강 간 산업 밸류체인 내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조선기자재 제재는 단기적으로 공급 불확실성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소재 산업에 ‘디커플링(탈중국화)’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결국 한화오션뿐 아니라 K-조선 전체의 공급망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