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조4000억 원 규모 재산분할에 대해 재심리
재산분할 줄 가능성 커…최태원 SK 지배력 유지 전망
재계도 정의 실현…"불법 비자금 개인자산 용납 안 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부분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최태원 회장은 그룹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덜어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사법적 정의의 실현으로 평가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대법원 1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에 대해 “노태우의 300억 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피고(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고, 원고(최 회장)가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은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원심이 노태우의 금전 지원을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원심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노태우가 1991년경 원고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라며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 SK그룹 지배력 ‘굳건’

지난 2심에서는 노태우 비자금을 인정하면서 노 관장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4조 원 중 35%를 재산분할하라고 했다. 이번 파기환송으로 불법 비자금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이 재확인되면서 노 관장의 재산분할 기여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재판이 최종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노 관장의 재산분할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굳건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2심의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SK㈜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9%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를 매각하게 되면 지분이 줄어들면서 경영권에도 영향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파기환송 결정으로 재산분할 규모가 줄어들 경우 최 회장은 SK㈜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영권 유지에 대한 우려도 한층 줄어들게 됐다. 

   
▲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인 민철기(왼쪽)·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재계서도 환영 분위기…“정의 바로 세웠다”

재계는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적 정의가 실현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재계는 불법 비자금이 개인의 재산으로 인정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 왔으며, 이번 판결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충격과 불확실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재계는 앞으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불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엄정하게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2심은 불법 비자금을 추정되는 자금의 실체를 밝히고도 거액의 재산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정의에서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었다”며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었던 사안인데,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 측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의 여러가지 법리 오해나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될 수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서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그것을 부부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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