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 시중은행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대출'을 의식해 중·저신용자대출을 외면하는 가운데, 이 시장을 주요 대출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는 인터넷은행권의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며 포용금융을 이어갔고, 케이뱅크도 개인사업자대출의 58%를 중·저신용자에게 내어줬다. 다만 대출 리스크가 큰 만큼, 이들 은행의 연체율 및 부실채권(NPL) 관리는 장기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
 |
|
▲ 5대 시중은행이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대출'을 의식해 중·저신용자대출을 외면하는 가운데, 이 시장을 주요 대출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는 인터넷은행권의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7월 출범 이후 올해 9월까지 약 8년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누적 15조원의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정책상품이 아닌 자체 신용 기반의 신용대출로만 이뤄낸 성과인데, 올해 상반기에만 1조 2000억원을 새로이 공급했다. 이에 힘입어 2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33.1%, 신규 취급 기준으로는 49.4%를 기록해 각각 목표치 30%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전체 고객 중 64%는 중·저신용자였다.
시중은행에서 외면받은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면서 이들의 신용도도 크게 개선됐다. 카뱅이 올해 상반기 중신용대출을 이용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56%가 대출 실행 후 1개월 내 신용점수 상승을 경험했다. 평균 46점의 상승세를 보였는데, 최대 상승을 기록한 고객은 기존 682점에서 982점까지 수직상승했다. 이는 고객들이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 등 비은행업권 대출을 보유했다가 카뱅으로 대환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케이뱅크의 성장세도 매섭다. 케뱅은 최근 고객수 1500만명을 돌파했는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객을 대거 포용한 덕분으로 나타났다. 케뱅의 개인사업자 고객은 2023년말 100만명 수준에서 지난달 200만명을 돌파했다. 약 1년 9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셈인데, 개인사업자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중은 58%에 달한다.
케뱅은 중·저신용 개인사업자 급증 배경으로 낮은 금리와 빠른 대출 실행을 꼽고 있다. 대표 상품인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의 9월 평균 취급금리는 연 3.20%로 업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아울러 비대면 신용대출은 하루만에, 담보대출은 최대 이틀 내로 각각 내어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개인사업자대출 누적 취급액은 지난달 3조원을 돌파했다.
후발주자 토뱅도 올해 2분기 누적 9조 300억원의 자금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며 포용금융을 실천했다.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은 35%(3개월 평잔)를 기록하며 6개분기 연속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신규취급액 비중도 50.2%를 기록했다. 아울러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포용하고 있는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68%(잔액기준)에 달한다.
3사의 선방에도 불구, 지속가능한 중·저신용자대출을 이어가기 위한 연체율·부실채권 관리는 앞으로도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카뱅의 2분기 연체율은 0.52%로 지난해 2분기 0.48% 대비 약 0.04%p 악화됐다. 반면 케뱅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2분기 0.90%에서 올해 2분기 0.59%까지 내려왔다. 토뱅은 1.20%로 전년 동기 1.27% 대비 하락했지만 3사 중 가장 높아 앞으로도 건전성 관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