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국내 판매 1위 이면의 그늘…부실한 A/S·사회공헌 '0'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3개월 연속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가 부실한 사후관리와 무성의한 대응으로 소비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오류와 충전 결함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의 시정 요구에도 테슬라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국 서비스센터는 14곳에 불과해 판매량 대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막대한 국내 수익에도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은 사실상 전무해 '팔고 나면 끝'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7년 국내 첫 고객 인도 후 올해 9월까지 누적 등록대수 13만 7397대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판매량은 4만3637대로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5만 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특히 7월부터 9월까지는 수입차 전체 브랜드를 통틀어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연속으로 차지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연합뉴스 제공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 중심의 라인업이 강세를 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브랜드 충성도 기반의 '팬덤 소비' 구조를 형성했다. '테슬람(테슬라+이슬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매니아층이 뚜렷하다. 그러나 판매량 증가와 달리 구매 후 만족도는 급락하고 있다. 정비 인프라 부족, 잦은 전자장비 오류, 소비자 응대 미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서비스가 동네 카센터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 서비스센터 14곳 불과…BMS 결함에도 무대응 

테슬라가 국내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는 전국 14곳에 불과하다. 13만7000여 대의 판매 대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거주 소비자들은 긴 이동 거리와 수주일의 대기를 감수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BMS 오류와 충전 결함 문제는 테슬라 차량의 품질 신뢰도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 차량은 BMS 오류로 주행 중 멈추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BMS가 배터리 팩 내 불균형을 감지하면 나타나는 'A079' 코드가 뜨면 차량 충전이 50% 미만으로 제한돼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충전이 불가능해진다.  

테슬라는 국토교통부의 시정계획 제출 요구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품질 불안은 중고차 시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케이카가 분석한 결과 테슬라 주력 모델인 '모델3'의 평균 시세는 7월 3847만 원에서 8월 3771만 원, 9월 3729만 원으로 떨어졌다. 모델Y 역시 같은 기간 4918만 원에서 4825만 원, 4789만 원으로 8월과 9월 각각 1.9%, 0.7% 하락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 중 상당수가 구매 몇 년 만에 수천만 원대 수리비를 요구받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품질 문제를 넘어 사후 관리 시스템 부재로 인한 구조적 소비자 피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 리콜뿐 아니라 보조금 취소 또는 인증 취소까지 포함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회공헌 '제로'…국내 투자·책임 의식 실종

테슬라는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사회공헌이나 기부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이 연례 기부금 기탁, 교통안전 캠페인, 친환경 활동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온 것과 달리 테슬라의 기부·후원 실적은 사실상 '제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입차 중 사회적 기여도가 가장 낮은 브랜드가 테슬라"라며 "소비자 응대 부재, 미비한 서비스 인프라, 국내 재투자 없음 등 전형적인 '팔기만 하는 장사'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을 하나의 수익처로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전국 정비 거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진출 단계부터 문제로 지적돼온 서비스 미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인증 기준에 '사후 책임 이행 여부'를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 차량의 효과는 단순 판매가 아닌 '안전하게 오래 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이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소비자 스스로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른다. 

◆ FTA 허점 악용…"소비자 중심 법 개정 필요"

테슬라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태도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제도 구조의 허점과도 연결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인증받은 차량은 국내 인증 절차를 면제받는다. 이 제도를 악용해 테슬라는 별도 개선이나 대응 없이 차량을 그대로 판매하며, 사실상 국내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소비자는 품질 문제나 안전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법이 소비자 중심이 아닌 제작사 중심의 느슨한 법"이라며 "치명적 결함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리콜 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차량 결함이 명백해도 정부가 제작사에 직접적인 행정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며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뒤에야 소송에 의존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보조금을 차량 구매 시점에 선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행거리 기반 사후 정산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량을 오래, 자주 운행한 소비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친환경 효과를 실질적으로 유도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도 "국토교통부가 안전심의위원회를 열어 범칙금이나 리콜, 레몬법 적용 등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시민단체도 불매운동이나 소비자 집단행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눈치 보지 않고 국내 소비자 보호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그래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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